미국 없는 유럽의 미래 (1): 유럽의 긴 휴가는 끝났다 [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2024.08.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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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24년 7월 1일, 미국의 국제문제 매거진 포린폴리시는 미국 없이 유럽 홀로 안보를 꾸려나갈 수 있을지를 주제로 외교전문가 9명의 지상토론(紙上討論)을 게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사태가 지리적으로 훨씬 가까운 유럽의 지식인들은 분명 우리와는 현실인식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서진(西進)을 훨씬 구체적인 위협으로 느낍니다. 푸틴과 러시아 내셔널리스트들은 구 러시아 제국의 복원이라는 원대한 구상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강합니다. 푸틴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소련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은 심장이 없는 사람이고, 소련이 돌아오길 바라는 사람은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는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소련이 광대한 제국은 복원시켜 보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보기에 러시아가 그런 꿈을 실현할 실질적 역량이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군사력도 이번 전쟁을 통해 평가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영토 확대에 성공한다면(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럽인들의 공포는 더욱 커지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으로 외교안보 역량을 집중시키게 되면서 유럽이 홀로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야 한다면 공포는 극도에 달하게 될 것입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보다 한 걸음 떨어져서 보는 사람이 상황을 더 잘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은 그 자체로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정치·경제·군사 블록입니다. 그들의 상황인식과 그에 따른 대응은 결국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두 차례로 나눠 소개하는 유럽 외교전문가들의 논의를 보면서 유럽 현지의 분위기가 어떤지 한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지난 75년 동안 유럽만큼 미국과 밀접히 연결된 곳은 없었다. 무엇보다 서유럽, 그리고 냉전종식 이후엔 동유럽의 대부분은 미국과 무역, 금융, 투자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유대관계를 갖고 번영을 누려왔다. 또한 유럽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동맹의 75년 전통에 의해 공고화된 미군의 철통같은 방위 공약에 의존할 수도 있다. 미국과 유럽은 다른 몇몇 국가와 함께 서방이 주도해온 질서를 구성하는 많은 제도를 만들어왔다. 미국-유럽 동맹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글로벌 시스템의 근간이 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유럽이 미국에 의지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상관없이 워싱턴의 관심은 이미 중국과 인도태평양으로 옮겨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미국은 나토에 대한 안보공약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심지어 나토 동맹에서 완전히 탈퇴할 수도 있으며, 이는 7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창설 75주년 기념 정상회의에 그늘을 드리우는 시나리오다.



유럽은 곧 위협에 홀로 직면할 수 있다. 러시아는 현재의 유럽연합(EU) 일부 회원국을 포함했던 냉전시대 제국의 복원을 목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일으켰다. 중동전쟁이 더 큰 전쟁으로 번지면 새로운 이주민 물결이 EU으로 유입될 수 있다. 유럽은 또한 미중(美中) 경쟁의 장으로 변모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서방이 주도하는 질서와 이를 수정하거나 파괴하려는 중국 주도의 블록 간 경쟁의 첫번째 장면이 되었다.

많은 지도자와 사상가들이 쉽게 인정하듯이 유럽인들의 문제는 그들이 대부분 하드 파워의 세계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EU는 유럽대륙에서 전쟁을 추방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1945년부터 2022년까지 유럽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놀라울 정도로 긴 평화로서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유럽인들은 다른 곳에서도 전쟁이 사라지고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미국이 항상 그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EU의 외교정책 책임자인 조셉 보렐은 지난 3월 조지타운대 청중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치 유럽인들은 '전쟁 때문이라면 미국에 전화하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 4억 5000만 명의 시민을 보유한 EU는 세계 주요 파워블록 중 하나다. 총 GDP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이며 러시아의 약 10배에 달한다. 많은 회원국, 특히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회원국들은 세상에 대해 냉엄하고 전략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유럽은 경제적 자원을, 예컨대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지정학적 힘으로 전환하지 못했다.

역사를 잊어버리고 떠나 온 유럽의 긴 휴가가 끝났다는 느낌은 유럽의 수도들에서 느낄 수 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시대의 전환을 선언했다. 더 극적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이 충분히 빨리 적응하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문제는 다음과 같다. 유럽이 미국의 지원을 줄이면서 자신의 안보와 지속적인 번영을 보장하고 보렐이 말한 "잊고 있었던 세상의 가혹함"을 스스로 헤쳐나갈 방법을 배울 수 있을까? 저명한 사상가 9명에게 유럽이 미국 이후의 미래에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견을 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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