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 깜짝 놀랐네" 몸 사리는 개미들…증시에서 돈 뺀다

머니투데이 천현정 기자 2024.08.1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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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중동 리스크 등 변수에 증시 불안
증시 대기자금 급감, 거래대금도 줄어

투자자 예탁금 추이/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투자자 예탁금 추이/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


'검은 월요일' 이후 증시 불안이 지속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이어진다. 증시 대기자금이 급감하고 거래대금도 확 줄었다. 미국 빅테크 주가 변동성, 11월 미국 대선, 중동 리스크 등 여러 변수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급락장을 겪은 국내 증시가 당분간 박스권에 갇힐 것이란 예상에 투자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53조815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일 59조4876억원까지 치솟으며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지 약 일주일 만에 6조원이 증발했다. 지난 6월7일 기록한 연중 최저치인 52조9539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한 뒤 증권사 계좌에 남겨둔 돈으로 국내 증시에서 대기성 자금을 가늠하는 지표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상승장에서 늘어나고 하락장에서 줄어든다. 즉, 예탁금 감소는 투자 수요 감소로 해석된다.



하루 평균 증시 거래대금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 5일 27조8517억원으로 6월13일(29조6012억원) 이후 올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는데 지난 12일 14조4531억원으로 줄어들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가 총액 회전율도 지난 5일 1.19%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12일 0.57%로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새로 썼다. 시가 총액 회전율은 일정 기간 동안의 거래 대금을 해당 기간의 평균 시가총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주식 유통이 얼마나 활발하게 이뤄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불확실한 미국 대선 판세,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 시장을 둘러싼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국내 증시 반등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에 투자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3포인트(0.88%) 오른 2644.5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일 저점 이후 낙폭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지만 3분기까지는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남은 3분기 증시는 오는 28일 발표되는 엔비디아 실적과 잭슨홀 미팅, 9월 초 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 9월 중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을 거치며 정체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때까지 시장에서 주도 업종이 나타날 것 같지는 않고 지수의 추가 반등이 제한된 상황 속에서 낙폭 과대 종목을 트레이딩하는 방식으로 시장 등락에 대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산적한 상황에서 시장을 무너뜨릴 만한 악재가 될 변수는 없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데는 수개월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을 피하는 확실한 변수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경기 침체 우려를 덜어낼 경제 지표에 투자 심리 회복 가능성이 달렸다고 분석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7월 중순 기록했던 전고점은 회복하지 못했다"며 "추가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기 의구심을 걷어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변동성 이후 패턴을 고려했을 때 시장은 8%대 조정 이후 추세적 회복까지 최소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가 소요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남은 거시경제 지표를 확인하며 이전 수준 회복을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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