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임종철 디자인기자
15일 업계와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 등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2030년까지 주요국 반도체 산업에서 최소 30만명 이상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에서는 시스템반도체와 팹리스(설계), 패키징(후공정) 등 분야에서 2031년까지 약 5만 5000여명의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계산이다. 해외 팹(생산시설)의 인력 수요를 포함하면 부족 규모는 더 커진다.
인력난의 주된 원인은 글로벌 경쟁 심화다. 주요국이 반도체 부문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필요한 인력 수요가 증가했으나, 인력 공급은 한정돼 있어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관련 학과 기피 현상, 낮은 보수로 인한 숙련 인력의 이탈 등이 더해지면서 필수 인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팹도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팹의 가동 지연에 시달리는 파운드리 1위 TSMC의 상황은 우리 기업들에게도 의미가 깊다. 6000여명이 넘는 인력이 필요한 애리조나 공장은 아직 목표치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TSMC 내부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주요 팹의 인건비 지출을 대폭 늘렸지만, 여전히 적은 보수와 경직된 조직문화 등으로 인해 숙련 인력의 기피 현상이 심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은 경력직 채용과 인력 투자 규모를 확충해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0일부터 국내 주요 대학에서 '테크데이'를 열고, 사장이 직접 참석해 대학원생 채용에 나선다. 삼성전자 DS(반도체) 사업부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800여개 이상의 직무에서 대규모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연구개발(R&D) 인력을 늘린다는 내부 방침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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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까다로운 이민을 완화해 반도체 인력을 확보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일본은 주요 기업의 CEO(최고경영자)가 대만 등 국가를 직접 방문해 '인재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라며 "우리 기업도 채용 범위를 넓히고 전문 인력 관련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