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장의 한 마디에 자산운용사들은 당혹스럽다.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는 것은 의결권 수탁자로서 기관투자자의 당연한 의무(스튜어드십 코드)지만 '제대로 된 행사'가 정확히 어떤 걸 의미하냐는 것이다.
특히 최근 두산그룹의 계열사 개편이 주주이익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제기된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운용사로 하여금 특정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당국은 명확하게 두산의 개편안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운용사들은 이미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두산의 안건에 찬성하면 불성실한 의결권 행사고 반대하면 제대로된 의결권 행사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두산의 결정에 대해선 여러 비판들이 많지만 모든 기관의 이해관계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정부가 아무리 밸류업에 진심이라 해도 운용사들의 의결권까지 거론하는 것은 자칫 자본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권리인 독립적인 주주권 행사를 침해한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먼저 개선하지 않으면 운용사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진정한 밸류업을 위해 시급하게 해결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우선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