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뉴스1
화웨이는 2019년 미국 상무부가 거래제한 리스트에 올리면서 대만 TSMC와의 거래가 중단됐고, 세계 1위 삼성전자를 위협하던 스마트폰 사업을 몇 년간 접다시피 했다.
미국 상무부는 2022년 10월에는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6/14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히면서 대중 반도체 제재를 본격화했다.
첨단반도체 개발이 어려워진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서 제외된 구형(레거시)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자, 지난 5월 미국은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 관세도 현행 25%에서 50%로 올린다고 밝혔다. 미국은 첨단기술 경쟁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의 숨통을 막으려 한다.
글로벌 3위를 굳히고 있는 SMIC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그래픽=윤선정
아직 트렌드포스가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순위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SMIC는 UMC와의 격차를 약 0.5%포인트로 확대하며 3위를 지킨 것으로 보인다. 각 사의 2분기 실적발표를 확인한 결과 SMIC의 매출은 19억130만달러로 UMC(17억5000만달러), 글로벌파운드리스(16억3200만달러)를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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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넘사벽이지만, 중국 파운드리업체가 3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건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중국의 화홍반도체도 점유율 2.2%로 6위를 기록했다. 화홍반도체의 주력 공정은 28나노 이상인 레거시 반도체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는 SMIC가 전담하고 있다.
SMIC 경영지표/그래픽=이지혜
대만 매체가 바라본 SMIC는…대만 매체의 SMIC 평가도 재밌다.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 12일 '파운드리의 두 세계: 정상에 선 TSMC와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SMIC'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디지타임스는 상반기 SMIC가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이 2억4930만달러에 달하며 이를 제하면 간신히 손실을 면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없는 SMIC가 수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화웨이 등 중국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의 재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7나노 이하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EUV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SMIC는 한 단계 낮은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활용해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7나노 칩을 생산하고 있지만, 높은 비용으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MIC의 지역별 매출 비중 및 제품별 매출 비중/그래픽=김지영
매출을 뛰어넘는 SMIC의 설비투자
화웨이의 어센드 910C/사진=화웨이 홈페이지
중국 정부의 지원 없이는 이런 수준의 설비투자는 불가능하다. 중국 정부가 SMIC를 지원하는 이유는 SMIC가 없으면 화웨이가 설계한 첨단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화웨이가 내놓은 AI칩 '어센드(Ascend) 910C'를 생산하는 기업도 SMIC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IT기업들은 7만개가 넘는 어센드 칩을 주문했으며 금액은 2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들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3위를 굳히고 있는 SMIC는 앞으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컨퍼런스 콜에서 자오하이쥔 CEO는 3분기 매출은 13~15% 증가, 매출 총이익률은 18~20% 구간으로 전망치를 제시했다.
자오 CEO는 근거로 "지정학적 영향으로 인해 현지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주요 제품 분야에서 칩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12인치(300㎜) 웨이퍼의 생산량이 부족해서 가격이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정학적 영향'과 '현지화 수요'가 핵심 키워드다.
결국 SMIC의 성장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로 말미암은 측면이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화웨이가 TSMC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나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싹을 자르려는 미국과 반도체 자립을 꿈꾸는 중국의 쫓고 쫓기는 게임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