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첫 '반쪽짜리' 광복절 경축식...역사관 논란이 낳은 비극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2024.08.1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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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다. 2024.8.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태극기를 휘날리고 있다. 2024.8.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해방 이후 처음으로 광복절 기념식이 둘로 나뉘어 치러질 전망이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항의하며 야권이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을 선언하면서다. 지난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등을 놓고 대치했던 여야가 이번엔 김 관장의 역사관 문제를 놓고 또다시 맞붙게 됐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자주통일평화연대 등은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윤석열 정권 굴욕외교 규탄 시민사회 1000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이 철회되지 않으면 정부가 주관하는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독립운동에 일평생을 바친 우국지사와 순국선열에 대한 심각한 모욕을 행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우리 헌법은 3·1운동을 통해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 있다. 헌법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발언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김형석 관장 임명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관장에 전두환(전 대통령)을 임명하는 꼴"이라며 "이러다가 8·15를 '패전일'로 독립기념관은 '패전기념관'으로 독립군은 '무장 테러 단체'로 고칠까 무섭다"고 말했다.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강제 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도광산 등재 등 헤아릴 수 없는 망동을 저질러 온 정점에 친일 독립기념관장 임명이라는 작태가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친일 망동은 국민적 심판으로 침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개혁신당을 제외한 6개 야당은 광복절 경축식 대신 광복회를 비롯한 37개 독립운동단체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주최하는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기념식을 주도하는 광복회는 1965년 설립 후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빠짐없이 참여해왔으나 윤 대통령의 김 관장 임명 강행과 독립기념관이 1987년 개관 후 처음으로 광복절 기념행사를 취소한 데 항의하며 창설 후 처음으로 불참을 선언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8.15광복 79년, 윤석열 정권 굴욕외교 규탄 국회-시민사회10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다. 2024.8.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8.15광복 79년, 윤석열 정권 굴욕외교 규탄 국회-시민사회10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다. 2024.8.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광복절 경축식이 반쪽으로 치러지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지난해에도 비슷한 위기가 있었다. 정부가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한 데 광복회와 야권이 크게 반발하며 광복절 경축식 보이콧 가능성을 제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9일 독립유공자·유족을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는 등 봉합 시도에 나섰고 광복절 경축식도 온전히 열렸다. 이후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이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한 전력을 문제 삼아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흉상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역사 인식을 둘러싼 갈등이 건국절 논란에서 촉발됐다고 평가한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진영에서는 정부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이 건국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건국절 제정을 요구한다. 백범 김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진보진영에서는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를 계승한 정부라는 점에 무게를 실어 건국절 제정에 반대한다. 독립운동단체들은 임시정부의 연속성과 초대 대통령의 신격화에 반대하며 관련 논란에 있어선 진보진영과 뜻을 같이한다.


편향적 역사관 논란의 중심에 선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진영 대결 중앙에 서서 받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오해들을 많이 받고 있다. (본인을 둘러싼) 사실도 많이 왜곡됐다"고 항변했다. 김 관장은 1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저술한) 책의 한 부분만 놓고 비판받고 있다. 저는 1919년이 건국일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들과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해야 한다는 양쪽 모두에 대해 비판해왔다"며 억울하단 입장을 거듭 드러낸 바 있다.

한편 광복회는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식민 지배를 합법화를 꾀하는 지식인이나 단체를 '뉴라이트 역사관을 지닌 자'라고 규정하고 9가지 판별법을 게재했다. 9가지 판별법에는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한다 △건국절을 주장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사를 폄훼하고 임의 단체로 깎아내린다 △위안부·징용을 자발적이었다고 강변한다 △독도를 한국땅이라고 할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한다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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