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는 그가 등장했던 '고딩엄빠'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다룬 것이었다. 아내와 이혼했으니 방송과 뉴스에 '부부'로서 인연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싶다는 거였다. 이 프로그램은 대개 철없던 어린 시절 결혼해 아이를 낳거나 혼전 임신, 출산 이후 결혼을 한 이들이 등장한다. 열이면 열 생활고는 부제처럼 따라붙는다.
이런 류의 프로그램은 점점 느는 추세다. 서장훈, 이수근이 진행하는 '무엇이든 물어보살', 오은영 박사의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보다 자극적 요소를 더한 가상 이혼 프로그램도 인기를 끈다.
출연자들이 원하는 건 '말을 쏟아낼' 장소나 상대가 아니라 자기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였다.
자기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 그래서 밖으로 나와야 할 말, 감정 표현이 켜켜이 쌓이는 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이는 스트레스가 되고 정도와 양에 따라 응어리로 발전해 훗날 자기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좋지 않은 방식으로 표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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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부작용의 데이터다. 2021년 한국에서 자살한 사람은 1만3352명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표준인구로 보정하면 10만명당 23.6명꼴이다. OECD 회원국 평균(11.1명)의 2배가 넘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 수는 2015년 289만명에서 2021년 411만명으로 72% 급증했다. 우울증 환자 수는 2022년 100만744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2018년(75만2976명)보다 32.9% 많은 수다.
최근 몇 년 사이 정신질환 환자 수와 가정 상담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 동시에 느는 건 우연한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로이터통신과 교황청 선교지 피데스가 무속인을 찾아가는 한국 청년들을 조명한 기사를 낸 것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속 시원히 자기 사정을 말하고 무슨 얘기든 듣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그런 현상을 외신도 주목했다.
생존을 위해 소통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한숨 돌리고 주변을 살펴보는 연습부터 하자. 누군가 붙잡고 하소연하기 전에 상대 얘기를 들어줄 준비부터 하는 거다. 남에게 도움이 돼야 나도 도움을 받는 것. 정말이지 이치에 맞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