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 퇴직연금 '무브'?···달리는 은행·증권·보험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4.08.16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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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권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그래픽=이지혜업권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그래픽=이지혜


400조원 퇴직연금 시장의 머니무브가 시작된다. 기존 상품 그대로 옮겨탈수 있는 기회가 열리면서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들의 퇴직연금 고객 유치 각축전이 예상된다. 최근 퇴직연금 적립금 압도적 1위 은행권이 라인업 확대로 경쟁의 불을 댕겼다. 맞불을 놓을 다른 업권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오는 10월15일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 현물이전' 경쟁채비에 본격 착수하는 모습이다.



퇴직연금 현물이전은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기존 포트폴리오 그대로 옮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가입자들이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사 계좌로 옮기려면 운용 중인 투자 상품을 모두 팔고 현금화해야 했다. 퇴직연금 현물제도가 시행되면 가입자가 금융사를 선택할수 있는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공통적으로 퇴직연금 라인업을 확대하고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는 등 자산관리솔루션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AI(인공지능)로봇이 개인투자성향에 맞게 자산을 운용해 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일부 증권사들은 자신들의 모바일 플랫폼인 MTS를 통해 통합연금조회 및 진단하고 투자 상품도 추천하는 시스템 개선도 추진 중이다.

증권업계의 이 같은 행보는 퇴직연금 절대 강자 은행권이 이달들어 퇴직연금 적립금 수성에 본격 나서고 있어서다. 구체적으로 KB국민은행이 다음달 중, 우리은행이 10월중, NH농협은행이 4분기 중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말 기준 382조4000억원 규모인 퇴직연금 적립금은 은행이 198조원, 금융투자업계가 86조7000억원, 생명보헙업계가 78조4000억원, 손해보험업계가 14조8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수익률은 증권업계가 7.11%로 전체 평균 5.26%를 견인한다. 은행은 4.87%, 생보 4.37%, 손보 4.63%로 전체 평균을 밑돈다. 증권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등 자산관리솔루션을 부각시켜 경쟁에 나서는 이유다. 대신 은행들은 적립금 규모와 안정성으로 어필 중이다. 타업권 대비 절반 정도인 퇴직연금 상품 개수를 늘리는 등 약점을 채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보험업계의 경우 퇴직연금 고객 및 적립금 중 상당부분이 현물이전 제도 대상이 아니어서 은행이나 증권사보다는 소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보험사 퇴직연금은 보험계약과 신탁계약으로 나뉘는데, 보험계약은 현물이전할 수 없고 신탁계약만 할 수 있다. 각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보험사 내 신탁계약 규모는 전체의 20~30%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이후 은행과 증권은 서로 뺏고 뺏기위한 고객 유치 행보에, 보험업계는 집토끼 단속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증권업계로 배를 갈아탈 수 있다는 우려를 적립금 1위 은행이 먼저 하면서 공방전의 불이 댕겨졌다고 할 수 있다"며 "반대로 다른 업권은 고객 및 적립금 확대의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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