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 메달에 일본친구들도 축하…"한국행 고민 없었다"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2024.08.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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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독립운동가 허석 의사 5대손 허미미 선수
파리올림픽 여자 유도 57㎏급 銀·혼성단체 銅…
"한국 선수가 돼라…할머니 유언, 가장 큰힘"

한국 국가대표 유도 선수 허미미. / 사진=허미미 선수 제공한국 국가대표 유도 선수 허미미. / 사진=허미미 선수 제공


"국적을 선택할 때 고민은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지금의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에요.(웃음)"

독립운동가 허석 의사(1857~1920) 5대손인 허미미 선수(경북체육회·22)가 올림픽 메달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할머니를 꼽았다. 재일교포 3세인 허 선수를 한국 국가 대표로 만든 것도, 강한 목표의식을 갖게 한 것도 할머니라고 했다.



허 선수는 14일 머니투데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LA(로스엔젤레스)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목표를 세운 이유"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파리올림픽에서 여자 유도 57㎏급에서 은메달을, 혼성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서 태어난 '유도영재' 허미미, 탄탄대로 대신 '한국 국적' 선택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유도선수 생활을 했던 아버지 영향으로 6살 때부터 유도를 시작했다. 아버지와 조부모는 모두 한국 국적자다. 중·고등학교 때도 유망주로 꼽히며 일본에서도 주목받는 유도선수였다. 현재는 와세다 대학 스포츠과학부에 재학 중이다.



일본 명문대에 입학해 실력을 인정받고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었지만 그는 2021년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그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 선발전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허 선수 할머니는 '유도영재'인 손녀가 한국 대표팀으로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허 선수는 "국적을 선택할 때 고민은 없었다"며 "할머니는 지금의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할머니 말을 듣고 지금까지 유도를 열심히 할 수 있었고 늘 자극이 된다"고 했다.

일본에서 태어난 허 선수는 과거 한국어를 거의 못했다. 2021년 한국 대표팀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했다. 수줍음이 있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지만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생활하며 훈련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그의 유도실력처럼 한국어 실력도 빠르게 늘었고 이제 통역 없이 생활하게 됐다.


(파리(프랑스)=뉴스1) 박정호 기자 = 대한민국 유도대표팀 허미미 선수가 지난 7월29일 오후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진행된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 토너먼트 8강 경기에서 몽골의 르카그바토구 선수와 자웅을 겨루고 있다.  2024.7.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파리(프랑스)=뉴스1) 박정호 기자(파리(프랑스)=뉴스1) 박정호 기자 = 대한민국 유도대표팀 허미미 선수가 지난 7월29일 오후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진행된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 토너먼트 8강 경기에서 몽골의 르카그바토구 선수와 자웅을 겨루고 있다. 2024.7.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파리(프랑스)=뉴스1) 박정호 기자
허미미선수와 김정훈 경북체육회 유도감독. /사진=허미미 선수 제공허미미선수와 김정훈 경북체육회 유도감독. /사진=허미미 선수 제공
한국 실업팀 활동 중 알게 된 '5대조 할아버지'의 존재
허 선수는 한국 실업팀 중 경북체육회를 택했다. 어릴적부터 유도를 같이했던 재일교포 3세 김지수 선수(24) 영향이 컸다. 김 선수 할아버지 고향은 경북 상주다. 김 선수는 경북체육회 소속 선수로 활동하며 도쿄올림픽과 파리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했다. 허 선수는 "동생도 같은 팀에 있고 일본에서부터 같이 운동했던 김지수 선수도 경북체육회팀에 있어서 (어느 실업팀에 갈 것인지) 거의 고민하지 않았다"고 했다.



허 선수가 '운명 같은 순간'을 맞이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5대조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김정훈 경북체육회 유도감독이 허 선수 국적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허 선수 가족이 독립운동가 허석 의사의 후손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시작이 됐다.

김 감독은 군청과 도청 등지로 가족관계 자료를 찾아다녔고 허 선수가 허석 의사 5대손임을 밝혀냈다. 허석 의사는 1918년 경북 지역에 항일 격문을 붙인 혐의로 일본 경찰에 붙잡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정부는 1991년 허석 의사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파리 올림픽 선수단보다 앞서 귀국한 허 선수는 지난 6일 대구 군위군을 찾아 허석의사 기적비를 참배했다. 허 선수는 기적비 앞에 메달을 내려놓고 "다음엔 금메달 따 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일 먼저 여기 와서 메달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많이 기뻐해 주셨을 것 같다"고 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동메달을 딴 유도 대표팀 허미미(경북체육회)가 지난 6일 오전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리에 마련된 독립운동가이자 현조부인 허석 지사의 추모기적비를 찾아 메달을 바치고 있다. 2024.8.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2024 파리 올림픽에서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동메달을 딴 유도 대표팀 허미미(경북체육회)가 지난 6일 오전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리에 마련된 독립운동가이자 현조부인 허석 지사의 추모기적비를 찾아 메달을 바치고 있다. 2024.8.6/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벌써 허미미 시선은 LA올림픽으로…감독 "목표 의식 뚜렷, 허미미 장점"

가족 중에선 특히 아버지가 허 선수 메달 획득을 기뻐하셨다고 한다. 허 선수는 "부모님댁에서 메달을 보여드렸는데 너무 잘했다고 해주셨다"며 "와세다대학 친구들과 다른 일본 친구들도 인스타그램과 라인으로 '오메데또'(おめでとう·축하하다는 의미의 일본어)라고 보내줬다"고 했다.

2028 LA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도 명확하다. 김정훈 감독은 "금메달이라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는 게 허 선수 장점"이라며 "목표를 향해 끊임 없이 노력해가는 선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을 거치면서 기술을 많이 노출했고 시합 운영에서 실수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을 보완해 다음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유도 대표팀 허미미(경북체육회)가 지난6일 오전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리에 마련된 독립운동가이자 현조부인 허석 지사의 추모기적비를 찾아 참배를 앞두고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유도 대표팀 허미미(경북체육회)가 지난6일 오전 대구 군위군 삼국유사면 화수리에 마련된 독립운동가이자 현조부인 허석 지사의 추모기적비를 찾아 참배를 앞두고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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