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힘든 시기 온다" 인텔…'반도체 설계' ARM 지분 전량 매각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4.08.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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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쇼크'로 인한 자금난 해결 목적 매각,
"118만주 매각으로 1억4700만달러 확보한 듯"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2분기 '어닝쇼크'로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인텔이 반도체 설계업체 Arm(암)의 지분을 매각했다. 예상보다 부진한 매출 성장으로 인한 자금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인텔은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3개월 전 보유했던 Arm 주식 118만주를 더 이상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2분기에 Arm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2분기 Arm 주식 평균가가 주당 124.34달러(미국 뉴욕증시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인텔은 이번 매각으로 1억4700만달러(약 2006억5500만원)를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Arm ADR(미국예탁증권)은 123.7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Arm ADR 가격은 4~7월에 15.35% 올랐으나, 최근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이달에만 14.14% 빠졌다.

Arm은 인텔 등 반도체 업계 전반에 독자적인 시스템 반도체 칩 설계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있고,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을 대주주로 두고 있다. 인텔은 자체 설계를 기반으로 대부분의 자체 칩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인텔 제품은 Arm 칩을 사용하는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14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1년 간 미국 뉴욕증시 Arm ADR 주가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14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1년 간 미국 뉴욕증시 Arm ADR 주가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이번 매각은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으로 지출 비용이 늘고 이익률 압박으로 비용 절감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고 외신과 전문가들은 짚었다. 투자은행 벤치마크의 코디 아크리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인텔의 Arm 지분 매각은 겔싱어 CEO가 앞선 콘퍼런스콜(1일)에서 제시한 구조조정 계획과 유동성 및 효율성에 대한 초점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인텔은 앞서 시장 예상을 밑도는 2분기 실적과 3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발표하며, 전체 직원의 15%(약 1만5000명) 감원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도 내놨다. 또 1992년부터 지급해 왔던 배당금도 2024 회계연도 4분기부터 지급하지 않고, 연간 자본 지출도 20% 이상 줄이기로 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회사의 매출 성장이 예상보다 저조하고, AI(인공지능) 열풍 등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지출 비용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재무적으로 더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새로운 운영 모델에 맞춰 비용 구조를 조정하고,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3일 뉴욕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전일 대비 5.73% 뛴 20.47달러로 거래를 마쳤지만, 52주 최고치(51.28달러)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하락률은 59% 이상에 달한다. 인텔 주가는 올해 3월부터 하락세를 나타내며 5월 주당 40달러선이 무너졌다. 지난달까지 30달러선을 유지했던 주가는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30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실적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2일에는 26.06% 폭락세를 보였고, 7일에는 4거래일 연속 하락으로 종가 기준 사상 최저치인 18.99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14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1년 간 미국 뉴욕증시에서의 인텔 주가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14일(현지시간) 기준 최근 1년 간 미국 뉴욕증시에서의 인텔 주가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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