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탄생 200주년 시멘트의 새로운 100년을 기대한다

머니투데이 이창기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 2024.08.14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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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기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이창기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


올해는 시멘트가 탄생한 지 200주년이 되는 해다. 1824년 영국의 애스프딘이 석회석을 점토와 혼합해 800℃까지 소성(가열), 클링커를 만든 후 고운 가루로 분쇄해 시멘트를 제조하는 방식이 특허를 얻으면서 현재까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시멘트의 시초가 됐다. 200년이 지난 지금도 우수한 성능과 범용성 측면에서 시멘트를 대체할 건축자재는 없을 정도로 현대 건축에서 필수 자재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 시멘트업계가 미래 100년을 향해 지속 발전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 중 하나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중립 달성이다. 석회석은 약 40%의 이산화탄소를 함유한다. 국내 주요 업종 중 철강, 석유화학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연간 3600만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시멘트사(史)에 새로운 이정표가 새겨졌다. 국내 최대 업체인 쌍용C&E는 일반 시멘트(1종 포틀랜드시멘트)보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원인인 클링커 함량을 낮춘 저탄소 석회석시멘트 3만톤을 미국으로 수출한 사건이다. 탄소 배출량을 약 6% 낮췄지만 저탄소 석회석시멘트는 일반시멘트와 비교해 응결시간, 압축강도 등 물리성능에서 큰 차이가 없다. 클링커 사용량을 줄임으로서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시멘트가 탄생한 것이다.

국내 시멘트업체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유연탄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재활용 물질인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 폐합성수지류와 폐타이어 등을 사용한다. 고품질의 유연탄은 석회석을 가열해 용융시키는 과정에 안정적인 열원으로 시멘트 제조에 상당한 도움이 됐지만 화석연료의 치명적 약점인 온실가스 배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탄소중립 필요성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도 '탄소중립 산업핵심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2030년까지 '혼합시멘트 제조기술 개발'을 위한 R&D(연구·개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가연성 폐기물을 활용한 순환자원 비중이 증가하자 일부 시민단체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유럽, 일본에서는 매립, 소각 등 기존 처리 방식보다 안전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고 사용을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1980년대부터 유연탄을 폐합성수지, 폐타이어 등 가연성 폐기물로 전환한 유럽은 대체율이 60%가 넘는다. 100% 대체하겠다는게 최종 목표다.

향후 시멘트업계의 백년기업을 향한 여정은 탄소중립과 자원순환이라는 두가지 목표 달성에 있다. 한층 고도화된 기술개발과 제도의 정비, 시장기능을 통한 지속가능한 재원조달이 전제돼야 가능한 목표다. 이를 위해선 대체연료 사용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안한 시각에 대해 과학적 안전성을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업계 및 시멘트협회, 학계 등 전문가 집단에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또 2026년 시행되는 자원순환기본법에 발맞춰 과감한 원료대체 기술과 함께 질소산화물(NOx) 저감 등 환경 분야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시멘트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비용, 투자재원 조달의 취약성을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구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있다.


시멘트산업의 경쟁력과 보건.환경 분야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의 보상이 유일하고 지속가능한 해결방안이다. 초기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순산소 연소 및 수소 등의 저탄소 연료 전환 등 전인미답의 길도 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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