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정산 주기와 판매대금 관리 문제다. 이커머스의 정산과 대금 보관, 사용 등에 관한 법 규정이 없다 보니 플랫폼마다 정산 주기가 다르고 정산방식도 다르다. 판매 후 정산까지 두 달이 넘는 시간이 주어지면서 이번처럼 다른 사업에 유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거래 대금을 묶어놓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법제화되진 않았다.
하지만 낮은 진입 장벽 덕(?)에 제조업체도 오픈마켓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가 가능해졌고 기존의 중간 판매상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오픈마켓에 진입이 가능해졌다. 사업구조도 단순해 후발주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시장 성장 속도보다 플랫폼 수와 판매자(셀러) 수가 더 빨리 늘어나면서 구조적 모순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픈마켓과 중간 판매상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지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해외에서 물건을 수입하는 판매자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었다. 제조사들은 자사몰을 강화하는 추세다. 상품 직매입을 통해 배송까지 책임지는 쿠팡의 존재도 이들에게 위협적이다. 혁신으로 불렸던 과거의 영업방식은 이제 리스크가 됐다. 혁신 없이 연명하는 오픈마켓은 언제든 제2의 티메프가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