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모델 중 13개에 '중국산'…고급차 벤츠는 '빛 좋은 개살구'?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강주헌 기자, 임찬영 기자 2024.08.1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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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모델 중 13개에 '중국산'…고급차 벤츠는 '빛 좋은 개살구'?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화재 사고 발생 12일만에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국내에 판매된 16개 전기차 모델 중 13개 모델에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었다. 제조사 공개 압박에도 '중국산'을 숨기려고 망설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테슬라도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13일 오전 홈페이지에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벤츠 EQE 중에서는 '300′ 만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 '350+' 'AMG 53 4M+' '350 4M'에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또 최상위 모델인 EQS '350′에도 파라시스 배터리가, 나머지 트림에는 CATL 배터리가 장착됐다. EQE SUV에선 '500 4M'은 파라시스, '350 4M'은 CATL 배터리가 사용됐다. EQC는 LG에너지솔루션, EQB는 SK온 배터리가 실렸다. EQA는 연식에 따라 CATL와 SK온 배터리가 다르게 탑재됐다.



NCM(니켈·코발트·망간) 기준 중국산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제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 CATL이 20% 정도 저렴하고 그 외 후발주자들의 제품은 30% 이상 싼 가격에 공급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중국산 배터리로 전기차 원가 절감을 한 셈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고급차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벤츠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관련 내용 공개를 망설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일 화재사고가 발생한 이후 12일만에야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건 초기부터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라는 압박이 컸는데도 현대차·기아, BMW가 공개한 이후에야 메르세데스-벤츠가 요청에 응했다"며 "대부분 중국산 배터리를 쓰고 있었던 이유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발표 이후 볼보와 폴스타도 이날 자사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볼보는 모든 모델에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을, 폴스타는 폴스타2에는 LG에너지솔루션, 폴스타4에는 CATL사 배터리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현재 공개 여부에 대한 본사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조만간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움직임에 테슬라도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테슬라는 현재 수입차 회사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올해 1~7월에만 국내에서 2만6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다만 아직까지 배터리 관련 정보는 명확하게 알리지 않았다. 파라소닉, LG에너지솔루션, CATL의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차량 소유주가 요청해도 본사 방침이라며 배터리 제조사는 확인해주지 않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테슬라도 결국에는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배터리 제조사는 소비자의 알 권리인 만큼 하루 속히 공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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