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짙은 울림"…빅오션, 세계 최초 청각장애 아이돌의 노래 [뉴트랙 쿨리뷰]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4.08.1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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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오션 / 사진=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빅오션 / 사진=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듣지 못하는데 노래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이 아이돌 그룹의 노래는 뜻깊다. 듣지 못해도 진심에서 발아한 울림 있는 노래를 하는 청각 장애인 그룹 빅오션(Big Ocean). 이들이 지난 11일 발표한 ‘SLOW(Feat.데이식스 영케이)(슬로우)’는 부드럽지만 강한 ‘청춘 응원가’로 많은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 넣는다.

‘SLOW’는 누군가에는 느린 속도일지라도 결코 멈추지 않고 자신만의 페이스로 나아가는 이들을 향한 응원곡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을 간직하며 천천히 나아간다면, 결국 높이 날아오르고 멀리 가게 될 것이라는 빅오션 멤버들의 실제 가치관을 투영했다. 포근한 느낌의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선율이 도입을 부드럽게 감싸고, 후렴으로 갈수록 스트링과 드럼을 강하게 전개해 힘찬 에너지를 선사한다. 빅오션 멤버들과 데이식스 영케이의 가창은 선율과 함께 감성적이고 명확하게 뻗는다.



뮤직비디오는 수어로 만들어졌다. 멤버들은 손으로도 분주히 노래하며 ‘난 믿어 천천히 나아가며 더 높이 날아올라 /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마’ 등 용기를 북돋는 가사를 많은 이들에게 전달한다. 특히 빅오션은 2024 파리 올림픽이 끝나고 패럴림픽이 개막하는 시기에 이 노래를 발표했는데, 장애인 선수들에게도 많은 관심이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발매일을 정했다. 그래서 더욱 울림이 깊은 청춘 응원가 ‘SLOW’다.

빅오션 / 사진=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빅오션 / 사진=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빅오션은 찬연, 현진, 지석 3인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멤버 전원이 청각 장애인이다.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데뷔했다. ‘세상을 크게 놀라게 한다’라는 뜻과 함께 바다 같은 잠재력을 가지고 바다처럼 전 세계로 뻗어나가겠다는 포부를 지닌 팀이다. 우선 이들은 세상을 놀라게 하는데 성공했다. 청각 장애인이 노래하고 춤춘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아이돌 그룹과 다를 바 없이 노래하고 춤춘다. 세븐틴, 라이즈, TWS, NCT 위시 등 다른 아이돌 그룹들과 챌린지도 찍었다.

청각 장애인 멤버들이 어떻게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지 궁금할 수 있다. 이들은 데뷔곡부터 AI 보이스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멤버들 목소리 데이터를 딥러닝(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 분석하여 학습하는 기술)해 음성 언어로 음원을 제작하고, 손목시계 형태의 진동 메트로놈을 사용해 박자를 맞춘다. 덕분에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기술은 거들 뿐이다. 이들 노래와 춤의 원천은 멤버들의 입과 몸이다. 인이어 대신 보청기를 낀 채 작게 비집고 들어오는 소리에 기대어 한 음절 음절 소리의 조각을 맞춰가는 멤버들의 겹겹의 노력이 있다. 그래서 존재 자체로 많은 이들에게 힘을 주고, 또 응원을 건네게 되는 그룹이다.


빅오션 소속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는 아이즈(IZE)에 “노래마다 빅오션 멤버들의 실제 가치관을 그대로 투영한 만큼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라며 “빅오션의 건강한 진심이 만들어낸 ‘SLOW’를 들으며 많은 이들이 위로와 용기를 얻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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