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공모주' 막을 개선안 나온다

머니투데이 김진석 기자, 김창현 기자 2024.08.1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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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공모주 불패 저무나② 금융당국, 과열된 공모주 시장 개선…재간접 펀드·보호예수 등

편집자주 기회의 땅이었던 IPO 시장이 흔들린다. '따따상'은 커녕 상장 직후 주가가 하락하는 종목들이 부지기수다. 공모가 뻥튀기, 부실 상장 등 잡음도 이어진다. 가능성 있는 기업의 성장을 위한 자본 조달 통로가 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 기회 역할을 해야 할 공모주 시장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지기 전에 개선방안이 시급하다.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스1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하반기 '공모가 뻥튀기'를 막기 위한 제도개선에 나선다. 공모 시장 과열 문제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재간접 펀드 활용 제재를 강화하고 시장 신뢰 회복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수요예측 시 기관 투자자의 락업(보호예수) 제도도 손본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장 기업 가치에 직결되는 가이드라인이라며 부작용을 완충할 만한 방안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에 공모주 시장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방침이다. 재간접 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에 재투자하는 상품이다. 펀드를 연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 기관 투자자는 자신에게 할당된 물량보다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다. 투자업계 내에서는 공공연히 알려진 가성비 투자법이다.



재간접 펀드는 공모주 시장의 과열을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받는다. 펀드 아래 펀드를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다는 특성상 재간접 펀드를 이용하면 초창기 투자금보다 수배가 넘는 규모로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그간 기관 투자자는 최소 30~50% 이상의 추가 수익을 발생시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의 경우 공모펀드(1회)와 달리 재간접 펀드 조성 횟수 제한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재재간접 펀드, 재재재간접 펀드까지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첫 펀드 자산을 10억원으로 설정했다면 두 번째 펀드에는 9억원, 세 번째 펀드에는 8억원으로 설정한다. 10억원만 가지고도 3개의 펀드를 조성해 공모주 수요예측에 총 27억원을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횟수를 늘리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도 무제한적 재간접 펀드 설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기관 투자자들의 자정 노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일임사 대표는 "재간접 펀드가 없으면 소형운용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익률이 좋은 방식"이라며 "하지만 공모주 시장에서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돼 와 금감원에서 올해 초부터 재도 개선을 검토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간접 펀드와 함께 공모 시장 과열의 원인으로 꼽힌 락업 관련 제도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락업은 상장 후 일정 기간 동안 의무보유 확약을 거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공모주 주가가 상장 첫날이 가장 높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탓에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락업 기간을 3개월 정도로 짧게 걸어왔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제도 변화 시도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다. 수요예측에 참여할 만한 매력도가 떨어져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또 IPO 수요 예측 참여자 중 주식시장 내 기여도가 낮은 저축은행, 부동산신탁사, 신기술금융사가 조성한 펀드의 중복적 참여를 우선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외에도 외국계 기관 투자자에 대한 락업이 강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은 외국계 기관 투자자에게는 락업 없이도 공모주를 대거 배정해주는 경향이 있다"며 "외국계 기관 투자자는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 기관과 외국계 기관에 평등하게 락업 제도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내 기관들의 수요예측에 대한 참여율이 저조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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