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실공사' 이유 있었네…LH 직원, 전관업체 상품권 받고 골프 접대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2024.08.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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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아파트 부실 공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전관 업체들 간 유착 의혹이 사실이란 정황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직무 관련 전관 업체 등으로부터 상품권을 수수한 LH 직원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8일 'LH 전관 특혜 실태 주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4월 LH가 건설 중이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1, 2층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국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각각 국회감사요구와 공익감사청구를 제기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먼저 LH는 무량판구조 지하주차장 공법을 적용하면서 구조 지침과 구조도면 비교를 통해 부실시공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는 등 구조설계 검수·감독 업무를 태만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건축사무소가 구조설계 용역을 미승인 업체에 재하도급하고,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 입금내역서 등을 변조해 LH에 제출하고 있는데도 이를 방치했다.



전관 설계 업체에는 더 관대했다. LH 충북지역본부는 청주지북 공공임대주택 조성공사와 관련해 설계변경 승인 시 시공건설사가 17억여원 증액을 요청한 원인이 원설계의 오류 때문임을 확인하고도 전관 설계 업체에 벌점을 미부과했다.

금품을 수수한 직원도 적발됐다. LH 현장감독자 A씨는 직무 관련 전관 업체 등으로부터 상품권 80만원을 수수했다. 출처불명의 현금 4560만원도 A씨 계좌에 입금돼 있었는데, 재산신고에는 A씨가 이를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직무 관련 업체 대표 등과 총 4회에 걸쳐 해외 골프여행을 하고 소속 부서장에게 해당 사실을 미신고 하기도 했다.

또 다른 LH 현장감독자 B, C, D씨는 각각 직무 관련 전관 업체 임원과 30여차례 골프를 치면서 회원제 및 군 골프장 예약 편의와 할인 혜택, 식사 등의 향응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에는 허위로 건강검진 공가를 신청한 후 골프를 치기도 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무량판 구조설계 검수 업무와 시공 감독 업무를 태만하게 한 LH 관련자 13명과 전관 업체에 벌점 등을 미부과 하는 등 공사·용역에 대한 관리·감독을 부당하게 처리한 LH 관련자 11명 등 총 24명에 대해 문책하거나 주의하도록 했다.

특히 상품권 등을 수수한 A씨에 대해서는 LH에 파면을 요구하는 동시에 대검찰청에는 수사를 요청했다. 직무 관련 전관 업체 임원과 30여차례 골프를 치며 향응을 수수한 B, C, D씨에 대해서는 LH에 정직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번 국회감사요구 사항이 사회적 관심이 크고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임을 고려해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LH의 부실한 관리·감독과 전관 특혜·유착에 대해 엄정히 조치했다"고 밝혔다.

LH는 이날 감사 결과와 관련해 "무량판 구조 설계·시공 감독, 오류검증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사항은 대부분 완료했다"며 "전관 등 직무관련자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관련자들은 적발 즉시 직위 해제했으며,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고 신속하게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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