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대 열풍과 의료대란의 사이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8.09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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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 이후 이질적인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의대 열풍으로 사교육 시장이 팽창했다. 수험생과 대학생, 직장인을 가리지 않고 의대에 가려고 입시 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반면 의대생과 전공의는 한국 의료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며 거의 모든이가 휴학과 사직을 선택했다. 아예 한국을 떠나 미국 등 해외 취업을 준비하겠다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의대 증원의 결과물인 의사(전문의) 배출은 10년 후부터 시작된다. 좋든 나쁘든 동일한 미래일진데 의사가 아닌 사람은 의사가 되길 원하고, 의사인 사람은 의사이길 거부하는 모순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똑같이 '미래의 전문의'가 될 이들이 한국 의료를 희망과 절망의 양극단에서 바라보는 건 왜일까.



의대 열풍과 의료대란 사이를 관통하는 용어는 기득권(旣得權)이다.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이 이미 차지한 권리나 권익을 말한다. 없는 사람은 갖고 싶고, 가진 사람은 뺏기기 싫어한다는 점은 기득권의 특징이다. 면허라는 장벽을 치고 최고 수준의 소득과 명예, 성취감을 맛보는 의사는 사회적으로 기득권층에 부합한다.

그러나 의사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의 갈등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걸 불쾌해하며 환자 피해를 먼저 들먹인다. 애초 문제가 많던 한국 의료에 의대 증원이 불쏘시개가 됐다면서 필수 의료 위기, 대학병원 운영난 등 의료대란의 모든 원인을 정부에 돌린다. 이만큼 취약하고 망해가는 의료 시스템에 애초 무엇을 기대하고 의사가 됐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의료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고령화로 의료비는 급증하고 건강보험 재정은 고갈될 게 뻔하다.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 의료를 이유로 현재 의료가 망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후를 '걱정'하며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장본인은 한때 의대 입학에 목을 맸을 현재의 의사들이다. 어느새 변화에 반대하는 기득권층이 돼 국민과 환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짜 개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한 번쯤 되돌아봤으면 한다.

박정렬 바이오부 기자박정렬 바이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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