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발길 이끄는 비이커...실리카겔 전략 통했다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24.08.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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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실리카겔 협업 프로젝트를 구매하기 위해 한남동 소재 비이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의 모습/사진=삼성물산 패션 부문지난달 24일 실리카겔 협업 프로젝트를 구매하기 위해 한남동 소재 비이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의 모습/사진=삼성물산 패션 부문


패션 편집숍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편집숍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의류 제품을 선별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테스트베드'의 역할이 강했다. 최근에는 브랜드를 발굴 및 개발하고 자신만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해 수익을 내는 '패션 플랫폼 브랜드'로 변모중이다. 국내에서 가장 성공정인 편집숍 모델을 선보이고 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비이커는 뮤지션,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젊은층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편집숍 브랜드인 '비이커(BEAKER)'는 지난달 젊은이들에게 실험적인 음악으로 정평이 나 있는 밴드 '실리카겔(SILICA GEL)'과 손잡고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록 페스티벌의 계절인 여름철을 맞아 행사장에서 팬들이 입을 수 있는 기획 상품을 출시한 것.



이번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비이커는 실리카겔 멤버들이 각자 느끼는 여름의 기억과 인상을 담은 의류 및 잡화 등을 출시했다. 페스티벌에서 실리카겔과 연대감을 고취시킬 수 있는 유니폼 상하의 세트와 공연 중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를 막아줄 수 있는 판초와 우산, 그리고 물통과 아이스트레이, 부채 등이다. 여기에는 실리카겔이 직접 아이템을 선정 및 제품 기획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비이커는 실리카겔과의 협업 상품을 지난달 24일 한남동 소재 상설 매장에서 공개했다. 당일 오전 8시부터 100여명의 가까운 고객들이 대기할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유니폼과 가방 등 일부 상품의 경우는 론칭시 온라인 물량은 3분 만에, 오프라인 물량은 이틀 만에 품절됐다. 리오더(재주문)에 나선 상품 역시 두시간 만에 모든 물량이 품절됐다. 실리카겔과의 협업 상품을 구매한 고객 중 70%는 20대로 집계됐다. 신규 고객 구매 비중도 90%를 육박하며 당초 계획대로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비이커는 12년 전인 2012년 서울 청담동과 한남동에 매장을 열고 편집숍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청담, 한남, 성수 등 플래그십 3개, 백화점·아울렛 40개 등 총 43곳의 매장과 온라인 SSF샵을 운영 중이다. 2019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2020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그동안 메종키츠네, 아미, 르메르 등 신(新)명품에 등극한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최근에는 패션 트렌드가 살아 움직이는만큼 편집숍도 생동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년 다양한 뮤지션과의 작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문화적 영감과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뮤지션 나얼의 유튜브 채널인 '나얼의 음악세계(나음세, na'mm'se)'와 협업한 상품을 출시했다. 나얼이 직접 그린 아트워크를 기반으로 제작된 티셔츠, 에코백, 우산, 밀크 클래스, 티 코스터, 스마트톡 등 총 13개 상품이다. 매장에는 협업 상품 뿐 아니라 나얼의 그림 작품을 전시하고 고객들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대형 빈티지 스피커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결과 해당 이벤트 기간 내 한남동 매장 방문객은 1만8000명으로 콜라보레이션 상품 판매율은 80% 이상을 기록했다.

송태근 비이커 사업부장은 "올해 뮤직 프로젝트의 동반자로 실리카겔을 선택한 건 신의 한 수라고 여겨질 정도로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라며 "Z세대 고객은 물론 신규 고객들의 관심과 유입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브랜딩의 사례로 기억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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