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억원어치 '줍줍'했는데…89% 폭락→15원짜리 휴지조각 됐다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4.08.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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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자오 차이나] 홍콩 상장사 항우그룹 거래정지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의 '자오자오 차이나' 시리즈에서 찾아드립니다.

최근 2년간 홍콩 상장사 항우그룹 주가 추이.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최근 2년간 홍콩 상장사 항우그룹 주가 추이.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국내 투자자가 대거 매수한 홍콩 상장사 항우그룹이 거래정지됐다. 항우그룹 주가는 지난해 하루 만에 89% 폭락한 뒤 거래를 이어오다 다시금 폭락해 15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투자자들도 이 주식을 지난달 10억원어치 매수한 바 있어 최대 100%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2일 홍콩 증시에서 항우그룹(HK:2448)은 전일과 동일한 0.09홍콩달러(약 15원)를 나타낸다. 항우그룹은 지난달 15일 홍콩 법원에서 청산 명령을 받으며 같은 날 거래정지됐다. 대주주 지분 매각과 부진한 실적으로 급등락을 보이던 주가는 2년 전과 비교해 99%대 빠졌다.



항우그룹은 홍콩과 마카오를 중심으로 건설업과 자산관리업을 영위해온 기업이다. 2018년 홍콩 증시에 상장된 이래 꾸준히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2021년에는 시가총액이 48억홍콩달러(약 8424억원)대에 달했고, 순이익도 5168만파타카(약 87억9403억원)를 기록했다.

항우그룹의 실적이 꺾인 건 코로나19(COVID-19) 시기인 2022년부터였다.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순이익은 2022년 2048만파타카(약 34억8282만원)로 전년도와 비교해 반절 이상 줄었다. 지난해에는 1억2692만파타카(약 215억8401만원)라는 대규모 순손실을 내면서 연간 실적이 적자 전환했다.



그 사이 대주주 지분도 대거 강제 매각돼 주가가 폭락했다. 항우그룹은 지난해 5월1일 하루 만에 주가가 89% 빠졌는데, 이튿날 최대주주인 스페이스 인베스트먼트가 보유 주식 9977만주를 강제로 장내 매각했다는 사실이 공시로 알려졌다. 강제매각의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재무 부담이나 주가 하락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 이후로도 재무 부담 해소를 위한 대규모 유상증자와 지분 추가 매각으로 대주주 지분율과 주가는 점점 낮아졌다. 항우그룹의 최대주주인 스페이스 인베스트먼트 지분율은 지난해 초 기준으로 49.81%(4억143만주)에서 점점 낮아져서 최근 들어서는 2.79%(810만1670주)로 줄었다. 사실상 최대주주가 없어진 셈이다.

주가도 한 번 폭락한 뒤로 실적과 마찬가지로 회복되지 않았다. 올해 들어 항우그룹 주가는 며칠을 제외하고는 줄곧 1홍콩달러(약 175원)를 밑돌다가 지난달 들어 폭락하며 5거래일간 92%대 빠졌다. 결국 법원에서 청산 명령을 받으면서 거래가 정지된 만큼 투자자의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항우그룹 주식 상당량을 한국인 투자자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돼 국내에서도 큰 손실이 예상된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지난달 한 달간 항우그룹 주식을 72만3992달러(약 9억9266만원)어치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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