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이 가진 진정한 의미는 ‘성찰’이다

머니투데이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2024.08.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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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최보기 북칼럼니스트▲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주역, 사주팔자 명리학 같은 것에 심취한 적이 없는 보통 사람은 이것들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3천 년 넘게 이어온 점술(占術)로서 둘이 같은 것으로 안다. 둘 다 아주 오래된 점술인 것은 맞다. 그러나 주역과 명리학은 탄생 역사와 예언 방식이 전혀 다르다.

주역(周易)은 고대 중국에서 거북이 등뼈가 갈라지는 것을 보며 미래 길흉을 예측하던 원리가 유교의 주요 경전인 『역경(易經)』으로 발전하면서 일정한 체계를 갖췄다. 여기에 ‘공자와 문하생들’이 해설서의 중심인 등 ‘십익(十翼)’을 완성하면서 유교 경전의 주류가 됐을 것이라고 대부분 주장하나 도올은 이 맥락상 공자의 저작이 아니라고 본다.



주사위를 던지듯 패를 뽑아 선택된 64괘 384효가 우주만물의 운행원리인 음양론에 맞추어 자연의 일부인 인간 삶의 이치를 설명한다. 은 십익 중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동양철학과 유교 원리의 전체를 관통한다.

명리학(命理學)은 ‘복불복’인 거북이 등뼈에서 진화해 객관적 데이터인 사주(四柱) 즉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를 바탕으로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의 자연철학에 따라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를 조합한 60간지(六十干支)로 운명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예측하는 학문이다.
육십갑자(六十甲子), 사주팔자(四柱八字), 역학(易學) 등으로도 불려서 보통 사람을 더 헷갈리게 한다. 당나라 이허중이 체계화 했는데 이 또한 주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므로 『역경(易經)』과 뿌리가 같다고는 볼 수 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고려대학교 철학과에 다니던 1970년 봄 의 첫 문장 천존지비(天尊地卑-하늘은 높고 땅은 낮다)를 접하면서 그 자리에서 득도했다’고 밝히면서 “54년 동안 삶의 수레바퀴 속에서 깨달은 바를 온양시킨 후 내어놓는 이 작품은 우리 조선민족의 사유를 깊이 대변하는 문학(問學)의 금자탑이다.

계사 없이 유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교 없이 문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계사는 인류철학사의 원점이다.”고 한다. 동양철학 대가의 문장이라 좀 어렵기는 하지만 에 뭔가 대단한 무엇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늘은 높고 땅은 낮다’는 문장이 왜 중요할까? 주희는 ‘의 언어는 지극히 현저한 자연의 모습에서 지극히 미세한 역의 이치를 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과가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창공이 아닌 땅으로 떨어지듯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법칙에서 그 자연의 일부인 인간 삶의 이치도 알 수 있다는 뜻이겠다.


그러므로 『주역-역경』은 당장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돗자리’로 접근하기보다 우주와 자연의 운행 섭리에 따르는 삶의 이치를 짚어 자신을 성찰할 때 가치가 있음이 분명하다.

제 5장 11개 효사 중 “공자 가라사대 덕이 박한데 그 자리가 높고, 아는 것은 쥐꼬리 만한데 큰일을 도모하려 한다. 힘이 딸리는데 무거운 짐을 지었으니 재앙이 그 몸에 미치지 않는 상황은 거의 없다.



정괘 구사(九四) 효사에 ‘거대한 정(鼎 솥)의 다리가 부러졌다. 제사음식이 쏟아졌다. 정을 메고 가던 사람이나 주변 사람들의 몰골이 국물에 젖어 말이 아니다. 흉하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소인들이 무거운 책임을 감당하지 못해 나라가 망가지는 형국을 비유해서 한 말이다.”가 있다. 이런 괘와 효사를 보면서 혹시 내가 지금 그 솥을 메고 가는 당사자가 아닌지 성찰할 때 『주역-역경』의 가치가 빛난다.

책 뒤에 부록으로 과 이 편집됐다. 은 복잡한 내용을 모두 쳐내고 64괘 384효를 64페이지로 줄여 간결하게 설명한다. 은 한글 직역인데 37페이지 분량이다. 바쁘면 이 부록들만 읽어도 『도올 주역 계사전』의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충분하다.
▲『도올 주역 계사전』 / 김용옥 지음 / 통나무▲『도올 주역 계사전』 / 김용옥 지음 / 통나무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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