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 비명에도 밖에 서있던 경찰들…법정서 "대신 찔렸어야 했냐"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4.07.26 11:55
글자크기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서 "솟구치는 피를 본 뒤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여성 경찰관이 현장 진입 대기 중 태연히 범행 장면을 흉내 내는 모습 /사진=뉴스1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에서 "솟구치는 피를 본 뒤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여성 경찰관이 현장 진입 대기 중 태연히 범행 장면을 흉내 내는 모습 /사진=뉴스1


2021년 인천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현장을 이탈하는 등 부실 대응으로 해임된 전직 여성 경찰관이 법원에서 "피해자 대신 흉기에 찔렸어야 했느냐"고 항변했다.

26일 뉴시스에 따르면 전날 인천지법 형사항소1-3부는 직무 유기 혐의로 기소된 A(50·남) 전 경위와 B(26·여) 전 순경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와 함께 1심에서 내린 사회봉사 120시간 명령을 A씨 400시간, B씨 280시간으로 늘렸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해자 가족과 김민호 VIP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사건 당시 CCTV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피해자 가족과 김민호 VIP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사건 당시 CCTV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사건 현장을 이탈한 사이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중한 상해를 입었다"며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경찰관이면 가해자를 제지하고 피해자와 분리했어야 했다"고 했다.

이어 "A 전 경위는 '구급차를 부르기 위해 빌라 밖으로 나갔다'면서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을 했고, B 전 순경도 '피해자 대신 흉기에 찔렸어야 했느냐'면서 변명했다"며 "그 사이 피해자 가족들이 맨몸으로 가해자와 싸우다가 다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싸우면서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고 묵묵하게 일하는 대다수 다른 경찰관들 자긍심도 무너졌다"며 고 지적했다.
여성 경찰관이 흉기 난동이 벌어진 빌라 밖에서 범행 장면을 흉내 내는 모습 /사진=뉴스1여성 경찰관이 흉기 난동이 벌어진 빌라 밖에서 범행 장면을 흉내 내는 모습 /사진=뉴스1
A 전 경위 등은 2021년 11월 15일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들은 층간소음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갔다. A 전 경위는 1층에서 40여성 C씨 남편과 있었고 B 전 순경은 빌라 3층에서 C씨와 있었다. 그런데 이때 빌라 4층에 살던 D씨(51·남)가 C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B 전 순경은 이 모습을 보고 현장을 이탈했고 빌라 밖에 있던 A 전 경위는 비명을 듣고 빌라로 들어갔다가 계단을 내려오는 B 전 순경을 만나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후 이들은 현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 결과 가해자 D씨를 C씨 남편과 딸이 막았고 이 과정에서 얼굴과 손 등을 크게 다쳤다. D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려 의식을 잃은 C씨는 뇌수술을 받았다.

당시에 대해 B 전 순경은 "솟구치는 피를 보고 '블랙아웃' 상태가 됐다"며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공개된 빌라 CC(폐쇄회로)TV에서는 가해자 흉내를 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사건 발생 이후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해임된 이들은 징계가 부당하다며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D씨는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