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 흘려 번 돈인데"…시총 19조→상폐 절차 돌입, 몰락한 중국 회사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4.07.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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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자오 차이나] 중국 대형 자동차 판매사 '광후이자동차' 거래정지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의 '자오자오 차이나' 시리즈에서 찾아드립니다.

중국 광후이자동차 주가 추이.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중국 광후이자동차 주가 추이.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0.78위안'(약 149원)

중국 대형 자동차 판매사 광후이자동차의 종가다. 이 주가를 마지막으로 회사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규정에 따라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했다. 한때는 시가총액이 1000억위안(약 19조1220억원)을 넘기며 기대를 모았지만, 마지막 거래일엔 주식을 팔아치우려는 매도 주문만 대거 쏟아져 나왔다.

25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광후이자동차(廣匯汽車·SH:600297)는 전일과 같은 0.78위안을 나타낸다. 이곳의 주식은 지난 18일부터 거래정지됐다. 주가가 너무 낮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본토 A주만 발행하는 상장사는 종가가 20거래일 연속 1위안(약 191원) 미만이면 상장 및 거래가 중지될 수 있는데, 광후이자동차의 경우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종가가 1위안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광후이자동차는 지난 21일 상하이 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 사전통지를 받았다. 사측이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 다음달 중으로 상장폐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에 현지 종목토론방에는 "투자자가 피땀 흘려 번 돈을 잃게 했다", "이의라도 제기하라" 등 글이 올라왔다. 광후이자동차의 주주 수는 10만여명으로 알려졌다.

1999년 중국에서 설립된 광후이자동차는 수입차 전문 판매 업체다. 중국 전역에 자동차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735곳의 영업점을 뒀다. 지난해 기준 직원만 4만3000여명에 이른다. 벤츠, 아우디, BMW, 도요타 등 50여개 이상의 자동차 브랜드를 확보하고 다양한 가격대의 차종을 선보여 항상 수입차를 찾는 내국인에게 인기를 끌었다.



오랜 기간 업계에서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광후이자동차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자동차유통협회가 발표한 '중국자동차판매기업 100대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5월 발표된 통계에서는 승용차 판매 대수 기준으로 전체 1위, 매출 기준으로 전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매출 규모는 커졌지만 영업이익이 잘 나오지는 않았다. 중국 자동차 판매 업계의 출혈경쟁 때문이었다. 광후이자동차는 2022년 재무보고서에서 자동차 유통 산업의 경쟁이 심화되고 전기차(EV)나 신에너지차(NEV)가 아닌 내연기관차의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회사가 수요 감소, 공급 충격, 기대 약화라는 세 가지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부진한 실적은 주가도 끌어내렸다. 올해 1분기 광후이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49% 감소했고, 순이익은 86.61%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5억8300만위안~6억9900만위안(약 1114억원~1335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적에 따라 주가도 지난달 역대 최저가를 찍고 1위안대를 유지하지 못하게 됐다.


중국 현지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업계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위기를 맞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후이자동차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도 얼마든지 비슷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6월30일에도 최대 자동차 판매 업체로 꼽히던 팡다그룹이 상하이 증시에서 퇴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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