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오류" 위메프 말 믿었다 대란…정부 '뒷북' 대책으로 수습될까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4.07.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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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티몬에 자금조달 계획 주문...금감원 합동 긴급 점검 회의
이달 초 위메프 정산 불가 이슈 불거진 직후에도 정부 관망... 단기 해결책 난망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가 '정산 지연 사태'로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가 '정산 지연 사태'로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티몬과 위메프의 셀러(판매자) 정산금 미지급과 이로 인한 소비자 환불 불가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대통령실까지 나서자 정부가 25일 오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오후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정부 주도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사태 발생 초기 정부 내에서도 주무 대응 부처를 놓고 혼선을 빚었고 회사 자금줄이 막혀 '지급 불능'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각종 행정 제재가 더해지면 사태 수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이 전날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이후 정부 부처가 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일 금융위원회 당국자가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를 방문해 향후 사태 수습 방안과 자금조달 계획 제출을 요구한데 이어 이날 오전 관계부처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사후약방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달 8일 위메프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가 불거졌을 때 정부는 "시스템 오류"라는 회사 측의 설명을 믿고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2일 위메프에 이어 티몬에서 판매자 정산 지연 문제가 제기된 직후 한 정부 관계자는 "정산 지연은 커뮤니티에서 떠도는 이야기로 파악 중"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이후 피해를 호소하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급증하고, 백화점, 홈쇼핑 등 대형 유통사들이 지난 23일 위메프와의 제휴를 전격 중단하자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 수습 주무 부처도 전일 대통령실이 '금융당국과 공정위'라고 밝히기 전까지 명확하지 않았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24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 "정산 지연, 미정산 문제는 기본적으로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로 공정거래법으로 직접 의율(법규를 사건에 적용하는 것)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정위는 지난 17일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쇼핑 등 큐텐 계열사 현장 조사를 진행했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 없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알려졌다.

2021년 약 1000억원대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머지포인트' 환불 대란 사태 이후 전자금융법을 개정해 선불 충전금 보호와 가맹점의 환불 의무 제도를 신설했지만 이 법 시행일이 9월 15일로 아직 발효되지 않았고, 티몬과 위메프가 이 법의 직접 규율 대상이 아닌 오픈마켓(전자상거래 소매 중개업) 사업자라는 점에서 정부 정책 대응도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25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로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 및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25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로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 및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소비자 환불 요청 시 3영업일 이내 환불하지 못하면, 공정위가 해당 플랫폼에 대해 시정명령, 검찰 고발 등 제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재무 상태가 열악한 티몬과 위메프가 환불 대금을 보유 중인지 불확실하고, 정부 규제가 회사 경영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업계에선 큐텐 그룹의 무리한 사업 확장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과거 큐텐 그룹이 부실화한 티몬과 위메프를 잇달아 인수할 때부터 어떻게 사업을 키울 것인지 의구심이 많았다"며 "이번 사태로 확실히 검증된 오픈마켓 플랫폼이 아니면 셀러 신규 유치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단체는 큐텐과 위메프 사태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처럼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되지 않게 하려면 채무불이행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며 "판매자가 고의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에게 손해배상을 하고, 벌금이나 형사처벌 등의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사태 수습 의지를 밝혔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이날 본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큐텐과 같이 소통하고 자금을 마련하고 노력하고 있다"며 "위메프 기준으로 1000억원 정도 마련하면 상황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티몬은 구체적인 입장 표명이 없다. 전날 밤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환불 처리 불가 등으로 피해를 입은 수많은 소비자가 위메프와 티몬 본사를 찾아 항의 중이다. 위메프는 본사 데스크에서 수기로 환불 요청을 접수 중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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