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일문과 없앱니다"…실업률 급증 중국의 '문송합니다'[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4.07.28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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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중국 채용박람회 현장/로이터=뉴스1중국 채용박람회 현장/로이터=뉴스1


중국은 우리나라와 전혀 다르게 느껴지지만, 사실 비슷한 면도 많다. 낮아지는 출산율, 사교육 부담, 노후 걱정 등이 그렇다.

최근 중국도 이차전지, 전기차, 반도체, 로봇산업 등 첨단 제조업이 발전하면서 공대 출신은 취업률과 연봉이 상승한 반면 문과 출신은 갈수록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지는'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현상이 나타났다.

중국의 '문송합니다' 현상은 우리보다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 않다. 막대한 대학 졸업자 수와 첨단 기술에 대한 정책 드라이브의 영향이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청년 실업률은 중국에도 골칫거리인데, 급증한 대졸자에게 쓸 만한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일이 중국 정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가 됐다



지금 대학을 졸업하는 중국 청년층은 2000년대 초반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저임금을 감내하던 농민공(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과는 전혀 다르다. 이들은 관리직, 사무직 등 '화이트칼라'가 되길 원하며 맘에 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탕핑족'이 되거나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캥거루족'이 된다.

그리스 인구보다 많은 중국 대학졸업자 수
중국 대학졸업생 수와 청년 실업률 추이/그래픽=김현정중국 대학졸업생 수와 청년 실업률 추이/그래픽=김현정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생 수는 1179만명이다. 매년 그리스 인구(약 1030만명)보다 많은 대졸자가 사회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1990년대 말부터 대학 입학생을 큰 폭 늘리면서 2001년 114만명에 불과하던 대졸자는 23년 만에 10배 넘게 늘어났다.



2000년대 후반만 해도 중국 경제는 매년 약 10% 성장하면서 사회로 쏟아지는 신규 노동력을 스폰지처럼 흡수했지만, 중국 경제 성장률이 점차 둔화하면서 청년 실업률은 사회문제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실업률이 급상승했는데, 지난해 6월에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21.3%를 기록하자 중국 국가통계국은 아예 통계수치 발표를 중단했다.

지난 2024년1월 중국 통계국이 정확한 집계를 위해서 각급 학교 재학생을 제외한다고 밝히면서 공개한 2023년12월 16~24세 청년실업률은 14.9%로 6월 대비 6.4%포인트 급감했다. 올해 6월 16~24세 청년실업률은 13.2%로 한층 더 하락했다.

장단단 베이징대 교수는 대학 졸업 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탕핑족'이나 부모에게 의존해 생활하는 '캥거루족'이 약 1600만명에 달하며 이들을 포함하면 청년 실업률은 46.5%로 높아진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는데, 아무래도 중국 정부의 청년 실업률 수치는 낮게 집계된 것 같다.


중국 대학졸업생의 월급 추이/그래픽=김다나중국 대학졸업생의 월급 추이/그래픽=김다나
대졸자 취업 현황을 봐도 중국 성장률 둔화의 영향이 보인다. 최근 중국 교육평가기관인 마이커스연구원은 '2024년 대학생 취업보고서'를 통해 2023년도 대졸자들의 졸업 6개월 후 취업 현황을 발표했다. 2023년 대졸자들의 평균 월급은 6050위안(약 115만원)으로 1% 증가했지만, 전년(2.7%) 대비로는 증가율이 둔화됐다.

이중 공대 졸업생의 평균 월급이 6709위안(약 127만원)으로 대졸자 평균보다 10% 높았으며 그 다음은 경제학(6088위안, 116만원), 이과(5964위안, 113만원)순이었다. 공대생은 취업률, 취업 후 월급에서 타 전공을 앞서갔다.



중국 1위 전기차업체 BYD가 작년 가을 취업시장에서 3만명 이상을 채용하며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등 전기차 열풍은 채용시장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문송합니다' 현상과 어학전공 폐지
외국어 전공 폐지 추이/그래픽=김다나외국어 전공 폐지 추이/그래픽=김다나
반면, '문송합니다' 현상과 딥엘(DeepL)로 대표되는 AI(인공지능) 번역의 영향으로 어학계열 전공을 폐지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중국과기대학이 영어전공을 몇 년째 뽑지 않다가 아예 폐지한 데 이어, 혜주대학은 올해 비즈니스영어, 마케팅, 정보관리 전공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상하이재경대학은 작년 영어 전공 모집을 중단했으며 시난교통대학도 2022년 비즈니스영어 전공 모집을 중단하는 등 어학계열 모집 중단이 늘고 있다.



또한 중국 교육부가 발표한 2018~2022년 '고등교육기관 학부 전공 등록 및 승인 결과'에 따르면, 5년간 어학계열 전공을 폐지한 대학교는 101개에 달했으며 이중 일본어(26개 대학), 영어(20개 대학)가 1~2위를 기록했다. 이는 영어와 일본어 전공이 가장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도 별로 보면 외국어 전공 폐지는 2018년 22개에서 2020년 11개로 줄었으나 2021년 48개, 2022년 47개로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마이커스연구원은 AI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함에 따라 어학계열이 직면한 도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계 번역, 인공지능 음성 인식 및 기술의 광범위한 적용으로 전통적인 통·번역이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망 전공은…반도체, 전기, 이차전지
최근 5년간 유망 전공으로 선정된 학과/그래픽=김다나최근 5년간 유망 전공으로 선정된 학과/그래픽=김다나
중국에서 뜨고 있는 전공은 뭘까. 중국에서만 500만명의 인재가 부족하다는 AI나 중국 정부가 중점 육성하고 있는 반도체, 전기차 관련 전공이 가장 유망하다.



중국이 졸업생의 취업현황, 연봉 수준 및 취업 만족도, 국가전략 및 인재수요를 고려해 매년 선정하는 그린카드(유망) 전공을 살펴보자. 2024년 유망전공은 △반도체학과 △전기공학과 △이차전지 관련학과 △에너지 관련학과 △기계전자 △로봇공학이다.

지난 5년간 유망전공 현황을 살펴보면 중장기 추세가 더 뚜렷하다. 전기공학과는 올해를 포함해 4차례 선정됐고 에너지 관련 학과와 반도체 학과가 각각 3차례 선정됐다. 기계전자는 최근 2년 연속 선정되며 중요도가 높아졌다. 모두 공대 학과다.

특히 전기공학과는 전기와 전자에 관한 학문으로 현대 산업과 기술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학문이며 반도체는 중국 정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육성하고 있는 산업이다. 2021년 발표된 '중국 반도체산업 인재발전보고서'는 2023년말까지 반도체 산업 인재수요가 76만6500명에 달할 것이며 이중 20만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차전지 관련학과는 올해 처음 유망전공으로 선정됐지만, 중국 정부가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국가전략 신흥산업으로 밀고 있기 때문에 인기다.

반면, 정보안전·인터넷·디지털미디어는 3년 연속 유망전공에 선정됐으나 2022년을 마지막으로 유망전공에 뽑히지 못하는 등 최근 들어 중요도가 다소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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