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3 ㅣ 무리한 가세확장이 부른 역효과

머니투데이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7.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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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2020년 12월 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시리즈 ‘스위트홈’이 드디어 4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지난해 12월 시즌 2 공개에 이어 7개월 만에 선보이는 시즌 3은 시즌 2, 3이 동시 제작된 탓인지 전편의 약점을 그대로 이어받는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로 주목받으며 한국 크리처물의 가능성을 보여준 ‘스위트홈’은 원작 웹툰에서 한발 더 뻗어나가 모험적 시도를 펼쳤으나 무리한 확장과 엉성한 만듦새로 아쉬운 결과물로 남게 됐다.

‘스위트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시리즈 최초로 시즌 3까지 제작된 드라마다. 올해 공개를 앞둔 작품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제작된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56편(시즌 2 포함) 중에서 시즌 2까지 이어진 드라마는 ‘킹덤’,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D.P’, ‘경성 크리처’, ‘지옥’,’오징어 게임‘ 6편이다. 드라마의 인기와 시청자 반응, 공개 방식과 회차의 차이를 감안해도 제작 여건상 아직까지 한국 드라마가 시즌제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 3에 도전한 ‘스위트홈’은 OTT 한국 드라마에서 시즌제가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대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세계관을 확장한 ‘스위트홈’ 시즌 2는 전편보다 속편이 부진한 ‘소포모어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캐릭터와 괴물들을 대거 등장시켰으나 방대해진 디스토피아 이야기를 작품 스스로 감당하기 버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시즌 2가 마지막 시즌으로 가는 다리 역할이기도 했고, 마지막에 시즌 1에서 괴물화가 진행된 주요 인물 이은혁(이도현)이 재등장하면서 시즌 3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릴 수 없었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지난주 19일에 공개된 ‘스위트홈’ 시즌 3은 펼쳐놓은 이야기를 수습하느라 분주하다. 주인공 차현수(송강)은 괴물에게 잠식되고, 이은유(고민시)는 ‘신인류’가 된 오빠 은혁과 재회한다. 전편에서 괴물 정의명(김성철)의 숙주가 되어 악역으로 거듭난 편상욱(이진욱)은 그의 몸을 지배하는 실체에 의해 또 다른 숙주를 찾아 나선다. 시즌 2에서 괴물로 변했던 서이경(이시영)은 다시 인간으로 돌아와 괴물 딸(김시아)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 시즌 2에서 합류한 괴물 전담 부대 까마귀부대의 탁인환 상사(유오성)과 중사 김영후(김무열), 이병 박찬영(진영)은 각개전투를 벌인다.

‘스위트홈’ 시즌 3는 인간에서 괴물로 변하는 괴물화의 마지막 단계인 신인류의 탄생을 본격적으로 보여준다. 괴물화가 새로운 진화라는 ‘스위트홈’ 세계관은 분명 흥미로운 설정이다. 그러나 신인류와 괴물의 공존 가능성을 따져보기에 앞서 드라마 속 신인류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확 끌어당기지 못한다. 우선 시즌 2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많은 등장인물이 여전히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스무 명이 넘는 주요 인물들의 사연을 괴물화와 엮어 매듭짓는 데 급급하다 보니 다양한 인간군상 캐릭터를 통해 인간 본성이나 욕망 등을 깊이 있게 탐색하지 못하고, 신인류를 공감이 가도록 묘사하는 데도 실패한다.

캐릭터들이 주고받는 대사도 실망스럽다. 명대사들이 줄을 이었던 시즌 1과 비교하면 캐릭터들을 가릴 것 없이 툭 하면 추임새처럼 내뱉는 욕설, 웃음을 노린 듯하지만 실없는 농담처럼 주고받는 대사, 괴물화와 신인류에 대한 반복적인 연설조의 대사는 설득력을 주지 못하고 공허함을 부추긴다. ‘스위트홈’의 가장 큰 볼거리를 차지하기도 했으나 시즌 1부터 개선점으로 꾸준히 지적되어 온 CG는 진화를 거듭하지 못했다. 시즌 3의 CG는 주로 괴물화된 인간을 표현해야 했기에 전편의 크리처들 보다 구현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일부 CG 장면은 작품의 완성도를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수준이어서 실소가 나올 정도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시즌 3에서 존재감을 회복하며 주인공 차현수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송강과 스타급 배우로 성장한 이도현의 재등장은 팬들에게 반가움을 준다. 역시 스타급 배우로 성장한 고민시의 다부진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즐거움이다. 반면에 시즌 3에서 중요한 역할로 부상한 몇몇 캐릭터들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별개로 캐스팅에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인지도 면에서 다른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과 현격한 차이가 드러나기 때문에 캐릭터의 비중과 개성이 힘을 받지 못한다. 신인 배우와 중견 배우의 적절한 균형을 끌어낸 캐스팅은 의미 있지만, 연기력 출중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음에도 시즌 1과 비교하면 자기 역량에 맞는 인상적인 캐릭터를 남기지 못한 점도 안타깝다.



한국 최초의 장편 크리처 드라마 ‘스위트홈’ 3부작의 여정이 짙은 아쉬움을 남기고 끝났다. 그렇지만 이 시리즈가 남긴 수확도 반드시 짚고 가야 한다. 한국 크리처 장르를 개척하면서 웹툰 원작 드라마가 오리지널 스토리를 더해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용기를 보여준 점, 주연배우들을 비롯해 시즌 1,2에 출연한 고윤정, 박규영 등 새로운 스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한 점은 유의미한 결과다. 작품은 혹독한 평가를 받을지언정 ‘스위트홈’이 보여준 모험적인 시도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고, 한국 크리처 장르의 진화와 미래에 중요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그때는 진정한 크리처물의 탄생에 열광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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