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준환 머니투데이 증권부장 /사진=임성균
그런데 이번에는 암흑의 월요일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평소에는 과장스럽다고 느꼈겠지만 이번에는 적절해 보일 정도로 시장이 느끼는 충격이 컸다. 증권가 전문가들도 두렵다는 말 대신 공포스럽다는 말을 했다. 두려움은 이성적 판단으로 극복이 가능하지만 공포는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라 이기지 못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서킷브레이커나 VI 발동 후에 오히려 주가가 더 빠지는 일이 생겼다. 과매도 상태에서도 주식을 사들일 매수주체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증시에서도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 5일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12.4% 내렸다.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를 뛰어넘는 사상최대 낙폭이었다. 대만 증시 역시 8.35% 하락, 1967년 지수산출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했다.
캐리 트레이드란 투자은행(IB) 등 금융기관이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돈을 빌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다른 나라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몇 년간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된 일본 엔화가 캐리 트레이드로 활용됐는데 올해 3월 단기금리 인상, 7월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졌다. 엔 캐리 자금을 상환하려는 금융기관들이 발빠르게 움직여 주식, 채권을 쏟아내자 시장이 급락한 것이다.
다행히 급락 후 반등이 나타났지만 여전히 시장을 보는 시각이 편하지는 않다. 일단 이번 급락장에서 국내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재차 확인됐다. 증시 저변이 넓어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수급은 취약했다. 지난 이틀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순매도한 금액은 2조3640억원에 불과했다. 반대로 코스닥에서는 오히려 395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코스피가 급락하자 코스닥은 더 크게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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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이 일시적으로 깨질 때 국민연금 같은 국내자금이 완충역을 해야하는데 전혀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급락장에서 국민연금은 최소 19조원 이상 국내주식 평가액이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해외투자 비중을 올리면서 강조했던 리스크 방어도 이번에는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코스닥에서는 저점매수에 나선 외국인 핫머니가 반등을 이끄는 주체가 됐다. 외국인에게 한국은 여전히 돈벌기 쉬운 곳이다.
정치권의 인식에도 아쉬움이 많다. 시장이 살얼음처럼 위태로운 상황인데도 여전히 자본시장을 정쟁의 수단으로 여기는 듯 하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대가 극렬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놓고 줄타기하는 국회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한국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은 GDP(국내총생산)의 100~110% 수준으로 커졌고 대학생부터 은퇴를 준비하는 이들까지 주식은 필수 재테크 수단이다. 글로벌 증시가 반등해도 한국이 소외된다면 청산되는 것은 엔 캐리 자금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