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노인-환경문제 해결사' 야쿠르트 아줌마와 우체부

머니투데이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2024.07.23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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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 중 크게 2가지를 꼽는다면 아무래도 지구온난화, 쓰레기 폐기 등의 환경 이슈와 수명연장에 따른 고령화 문제가 압도적일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도 이 2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물론 전국 모든 지자체와 대다수 기업이 다양한 방법으로 엄청난 노력을 한다. 이 중 환경과 고령화 문제를 기발하고 의미 있는 방법으로 연결해 해결하는 민간기업들이 있어 관심을 끈다.



일본 유산균업계 굴지의 대기업인 야쿠르트와 일본 내 중고 전자상거래 플랫폼 1위를 차지하는 메루카리(Mercari) 양사는 환경의 날인 지난 6월5일 협약식을 열고 히로사마현을 대상으로 가정이나 일터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품들을 회수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내년 3월 말까지 실증실험으로 진행되는 이 서비스의 주인공은 바로 '야쿠르트 아줌마'들이다. 한국에서는 이제 '프레시매니저'로 이름이 변경된 이들은 일본에서는 '야쿠르트 레이디'로 불리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용차량을 타고 유산균음료 등을 직접 배달한다.



이번에 시작한 서비스는 이 특수한 형태의 유통시스템을 십분 활용한 것으로 야쿠르트 레이디들이 제품배달을 하는 중에 자연스러운 대화로 가정이나 직장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불용성 제품들을 직접 수거, 메루카리 앱을 통해 판매를 진행하는 것이다.

특히 야쿠르트의 주요 고객층인 70대 이상 고령자들은 IT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에는 적응하기 힘들기에 사용하지 않는 제품들을 집안에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실증실험을 통해 손쉽게 처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거동이 원활한 고객들은 본인이 직접 야쿠르트 대리점으로 불필요한 물건들을 가져오면 관련 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메루카리 앱에 업로드하고 적절한 가격에 판매한다.


주로 어르신들이 제공하는 물건들은 일본 전통 옷인 기모노류나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그릇세트 등인데 어차피 버려질 물건들이 이 서비스를 통해 재활용됨은 물론 야쿠르트 레이디들이 이 서비스로 고령자들과 평소보다 더 많은 대화를 하면서 건강상태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제품이 판매되면 야쿠르트는 판매수익금의 10%를 메루카리에 수수료로 지불하고 나머지 수익금은 지자체 및 복지단체와 연계한 사회공헌활동에 활용할 예정이다. 폐기된 물품의 기증자에게는 반환되지 않지만 폐기비용이 들지 않고 환경보호에 기여한다는 의미가 부여된다. 주 1~2회 방문하며 서로 이름까지 외울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절묘한 거리감'을 적절히 활용한 매우 효율적인 실증실험으로 평가되며 내년 3월까지 실적을 보고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절묘한 거리감'을 활용한 고령자 돌봄서비스가 일본의 우체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미마모리(みまもり·일본어로 '지켜보다'라는 의미) 방문서비스'는 고령자가 사는 곳 근처의 우체국 직원이 고객의 집을 방문해 서비스 매뉴얼에 있는 10여개 질문을 하면서 고령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사진을 찍어 멀리 사는 가족과 보고서를 공유하는 서비스다.

월 2500엔(약 2만2000원) 상품에 가입하면 월 1회 방문하는 이 서비스 또한 '절묘한 거리감'의 우체부가 평소 자주 방문하며 친근감을 갖고 있기에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질의응답하고 사진촬영까지 가능하다.



게다가 약 1000엔을 추가하면 우체국 자동응답시스템을 통해 고객이 지정한 고령자에게 매일 같은 시간에 전화를 걸어 컨디션을 체크해 응답메시지 결과를 고객 e메일로 통보해준다.

사회 전반적으로 디지털화해 구석구석까지 다양한 센서가 채워져 이제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을 정도로 '감시'가 촘촘해졌지만 아직도 노령자들, 특히 독거노인들의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일본의 야쿠르트 레이디와 우체부들의 아날로그식 대면 활약을 계속 응원하며 더불어 한국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곧 나오길 기대해본다.(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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