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 '학전' 이끈 김민기, 향년 73세로 별세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7.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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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학전/사진=학전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30여 년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배출했던 가수 김민기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고인은 지난해 위암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를 받아왔다. 김민기의 조카이자 학전 총무팀장인 김성민 씨에 따르면 고인은 19일부터 건강이 안 좋아져 20일 오전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에 갔을 때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고, 다음날인 21일 오후 8시 25분 영면했다.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김민기는 경기중·고를 다니며 미술에 몰두하며 1970년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획일적인 수업 방식에 거부감을 드러낸 그는 친구 김영세와 포크 듀오 도비두를 결성하며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의 솔로 1집에 담긴 '아침이슬'은 김민기를 대표하는 노래다. '아침이슬'은 발표 직후 '건전가요 서울시문화상'을 받으며 널리 장려됐다. 그러나 2년 뒤인 1972년 민주화 시위에서 널리 불리자 유신 정권은 이를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김민기가 발매한 음반은 전량 압수됐다.



'아침이슬'을 부른 김민기에 대한 탄압도 이어졌다. 노래가 방송금지되는 것은 물론 연행되기도 했다. 그의 이름이 올라가 있으면 무조건 금지곡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민기는 굴하지 않았다. 생계를 위해 봉제 공장과 탄광에서 일하면서도 '상록수', '꽃 피우는 아이', '늙은 군인의 노래' 등의 노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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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학도 출신으로 가수가 된 그는 연극에도 활발히 참여했다. 1973년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를 시작으로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1978년 만든 노래극 '공장의 불빛'은 1970년대 노동자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당시 노동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1991년 자신의 곡들을 모은 4장의 음반 계약금으로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했다.


학전은 30년간 대학로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창작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으며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 등을 배출했다. 학전에서만 1000회 이상 공연한 故김광석을 비롯해 윤도현, 나윤선, 정재일 등의 음악가 역시 학전 출신이다.

/사진=tvN/사진=tvN


문화 예술계의 큰 공을 세웠던 학전은 김민기의 건강 문제와 오랜 재정난을 이유로 지난 3월 15일 폐관했다. 당시 폐관 전날까지 많은 가수들과 배우들이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펼치며 애정을 드러냈다. 학전의 폐관 위기를 앞두고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학기, 이정은, 장현성은 김민기와 학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영상으로 출연한 설경구 역시 "저의 은인이다. '은인 같은 분'이 아니고 '은인'"이라고 큰 감사를 전했다.

학전의 존속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김민기는 자신의 손에서 학전의 모든 역사가 마무리되기를 바랐다. 예정대로 폐관된 학전은 지난 17일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조문은 22일 오후 12시 30분부터 가능하다. 고인의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는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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