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은행 금융배출량 1.57억t…녹색투자 유인 제고해야"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4.07.17 13:08
글자크기
한은 "국내은행 금융배출량 1.57억t…녹색투자 유인 제고해야"


한국은행이 국내 은행의 금융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리지표를 다양화하고 녹색전환 활동에 높은 세액 공제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BOK이슈노트: 최근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관리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금융배출량(기업신용)은 지난해 기준 1억5700만t(톤)으로 추정된다. 2022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다만 이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발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의 직·간접 영향이지, 은행 자체적인 감축 노력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박상훈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연구팀 과장은 "금융기관은 자금 배분을 통해 저탄소경제 전환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며 "글로벌 금융기관도 금융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은행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감축 전략을 자율 공시하고 있지만 금융배출량 측정 방법 등이 아직 개발 단계에 있어 시점이나 은행간 정보 비교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은행별 금융배출량 측정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PCAF가 제시하는 방법으로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수준과 변화 추이를 자체 추정했다. PCAF는 금융배출량 공시를 위한 회계표준을 마련하기 위해 조직된 국제 민간기구다. 현재 485개 글로벌 금융기관이 가입돼있다.

그 결과 지난해 금융배출량이 줄어든 데는 발전 부문과 요식업의 금융배출량 감소가 주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면서다.


다만 은행들의 적극적인 감축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2030년 중간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은은 지적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반영한 2030년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 규모는 1억2119만~1억2230만t이다. 2019년 대비 26.7~26.9% 줄어든 수치다.



은행들의 금융배출량 감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중소기업 중심 여신구조 △녹색금융 인프라 부족 등이 꼽힌다.

제조업은 다른 산업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배출량 감축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은행들이 금융배출량을 단기간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감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탄소배출 감축 유인이 적고 친환경기술 개발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은행 여신이 많은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박 과장은 "공시한 목표치와 실적치가 차이를 보인다면 은행은 평판 리스크에 노출되거나 글로벌 투자자금 이탈 등으로 경쟁력 저하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도 "목표 달성을 위해 단순히 신용공급을 축소한다면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차주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을 유도하고 △관리지표 다양화 △녹색투자 유인 제고 △기후공시·녹색금융 표준화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배출량 관리지표로는 기존 금융배출량 외에 '배출집약도'와 '탄소상쇄량'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배출집약도는 금융배출량을 은행의 신용공급 잔액(익스포저)으로 나눠 계산한 값이다. 단위당 탄소배출량의 기업간 비교가 가능하고 시점별 개선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탄소상쇄량은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차주의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정도를 의미한다. 객관적인 정량화가 가능해진다면 별도 공시하는 방안도 고려된다.

한은은 탄소배출 감축 유인이 적은 중견·중소기업의 녹색전환 활동에 높은 투자세액 공제율을 적용하거나 배출권 거래 수익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금융배출량 관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도록 금융배출량 공시 기준과 녹색여신 취급 기준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의 녹색대출 확대를 위해 녹색대출 취급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