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리 돌아갈 것"…SK '리밸런싱' 이끄는 최창원의 진심과 숙제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4.07.17 06:01
글자크기

[in&人]

최창원 SK수펙스 의장 주요 메시지/그래픽=윤선정최창원 SK수펙스 의장 주요 메시지/그래픽=윤선정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마친 다음에는 내 자리로 돌아가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요즘 이같은 취지의 발언을 종종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수펙스 의장으로 나선 이후 집중해온 그룹의 리밸런싱 작업이 끝나면,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라는 직책에 다시 충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 의장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명상을 즐기는 스타일이어서, 지금처럼 그룹 차원의 체질 개선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의장이 주도하는 리밸런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직 가늠키 어렵다. 올 상반기 내내 큰 그림을 그려왔고, 이를 이행하는 작업이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1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논의하는 이사회가 그 신호탄이다. 다음달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11월쯤 100조원이 넘는 규모의 통합 에너지 기업이 출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외에도 각종 계열사 감축, 사업·투자 우선순위 설정, 조직개편·인력조정 등의 작업이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리밸런싱은 연말을 넘어 최소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최 의장은 오너 일가지만 전형적인 전문 경영인 스타일로, '숫자'를 최우선시한다고 한다. 당장 실적을 내기 어려운 사업과 계열사들의 '감축'이 키워드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최 의장은 지난달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우리에겐 '질적 성장' 등 선명한 목표가 있다"며 "각 사별로 진행 중인 '운영 개선' 등에 속도를 내서 시장에 기대와 신뢰로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장이 받을 성적표는 우선 'SK온의 IPO(기업공개)'에 달려있다. 리밸런싱이 시작된 가장 큰 계기 중 하나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을 중심으로 한 자금난이었기 때문이다. 알짜 계열사인 SK E&S를 SK이노베이션과 합병시키는 것도,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을 SK온에 붙이는 것을 추진하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일단 SK온의 IPO 시점으로는 '2026년 말'을 제시한 상태다.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SK 직원들의 자부심·사기 회복이라는 말이 나온다. 리밸런싱이 진행되며 '감축'이 키워드로 떠오르자, 그룹 구성원들이 받는 불안감도 증폭됐다.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키고, 긴축 경영을 강조한 것은 그룹에 다시 긴장감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일부 직원들의 동요를 불러온 것도 사실이다.


최 의장은 확고한 원칙주의자이지만 '냉혹한 CEO'와는 거리가 있는 편이다. SK그룹을 구성하는 대다수 직원들을 충분히 배려하는 쪽에 가깝다고 한다. 그는 판교 SK디스커버리 사옥에 근무할 당시 수시로 직원들에게 군밤 등 간식을 나눠주고, 커피 계산을 대신 해주는 등의 미담을 많이 남겼다. 리밸런싱 작업이 어느 정도 가닥잡히면, '민심 품기'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내 자리 돌아갈 것"…SK '리밸런싱' 이끄는 최창원의 진심과 숙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