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무환이 해답"…동료 320명에 방검장갑 나눈 경찰서장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2024.07.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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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경찰서장(20)]조재광 서울 서대문경찰서장…"첫째도 둘째도 '안전한 서대문'"

편집자주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조재광 서울 서대문경찰서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조재광 서울 서대문경찰서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미리 준비돼 있으면 걱정할 게 없죠. '유비무환' 입니다."

올초 부임 후 '방검장갑을 나눠주는' 경찰서장이 있다. 지난해부터 흉기 난동 범죄가 이어지면서 경찰의 정당하고 적극적인 '물리력 대응'에 대한 시민 요구가 커진 시점이었다.

방검장갑은 경찰의 물리력을 높이는 대표적인 보호장구다. 통상 팀별로 순찰차에 구비한다. 개인 장비가 아니라 손에 맞지 않기 일쑤다. 그는 경찰의 물리력 대응을 높이려면 방검장갑을 개인별로 상시적으로 지녀야 한다고 봤다.



소신을 실현할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경찰은 계급별로 장비 구매용 등으로 포인트를 지급받는다. 해당 서장은 자신 포인트를 내놓는 것은 물론 간부들을 설득해 포인트를 모았다. 현재 그와 함께 일하는 지역 경찰 320명은 개인별로 방검장갑을 상시 휴대한다.

그가 '유비무환'을 강조하는 것은 2015년 있었던 한 사건 때문이다. 서울 한남동 한 주택에서 예비 시어머니 박모씨가 예비 며느리 이모씨를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30분 전 박씨 아들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앞서 인근에 접수된 다른 사건과 오인해 즉각 출동하지 않았다.



경찰은 최초 신고 30분 뒤에서야 해당 사실을 깨달았다. 급히 현장으로 경찰관을 보냈지만 이씨는 경찰 도착 직전 흉기에 찔려 끝내 숨졌다. 경찰은 국민에게 큰 질타를 받았다.

그는 "서울청 112상황실에 들어오는 신고 건수는 하루에 1만2000건 이상"이라며 "신고 건수가 적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 단 1번의 신고일 수 있다"고 밝혔다.

직접 실습·교육하는 경찰서장…"사소한 신고? 언제 흉기 나올지 몰라"
서대문경찰서는 최근 적극적인 물리력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연이어 흉기난동 범죄가 발생하면서 경찰의 물리력 대응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 급박한 상황에 물리력을 적극 사용해 대응하되 최대한 안전한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훈련을 진행한다. 지난 12일 진행된 서대문경찰서 '물리력 대응 훈련'에서 경찰관들이 테이저건을 훈련한 모습./사진=최지은 기자서대문경찰서는 최근 적극적인 물리력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연이어 흉기난동 범죄가 발생하면서 경찰의 물리력 대응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 급박한 상황에 물리력을 적극 사용해 대응하되 최대한 안전한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훈련을 진행한다. 지난 12일 진행된 서대문경찰서 '물리력 대응 훈련'에서 경찰관들이 테이저건을 훈련한 모습./사진=최지은 기자

조재광 서울 서대문경찰서장의 이야기다. 조 서장은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112상황실은 시민의 비상벨이 돼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조 서장이 서대문서 동료들과 자발적 학습모임 '주니어보드'를 운영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테이저건이나 38 권총을 실전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지 등을 서로 토론하고 실습한다. 현장 경험이 많은 선배 경찰관이 조교로 나서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직접 전수한다.



테이저건을 사용할 경우 명중과 불발 상황을 각각 가정해 훈련을 구성했다. 명중할 경우 용의자의 기도를 확보하고 119에 즉각 협조 요청을 하도록 교육한다.

조 서장은 실습 현장에도 직접 참여해 후배 경찰관들에게 조언한다. 조 서장은 "현장 출동 전 경찰관들에게 테이저건 카트리지를 항상 끼우고 방검장갑을 착용하라고 교육한다"며 "아무리 사소한 신고라도 현장에 나갔을 때 위험도가 얼마나 높을지 장담할 수 없다. 물리력 대응 훈련을 강화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서대문경찰서는 행정구역 14개동(법정동 20개)을 관리한다. 관내에만 9개 대학이 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여성 1인 가구가 많아 치안 수요가 높다. 북아현동·홍제동·홍은동 등 재건축·재개발 등이 이뤄지는 곳도 다수다.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빈집으로 남아 있는 곳도 상당수다.



시민 불안 줄이려면 경찰·시민 접점 넓혀야…순찰·수사도 '소통' 강조

조재광 서울 서대문경찰서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조재광 서울 서대문경찰서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특히 조 서장과 서대문서 동료들은 접촉 순찰과 접촉 수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기간 경찰과 시민과 접촉도 자연스레 줄었다. 시민들이 안전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경찰이 순찰 빈도를 넓히고 시민과 접점을 더 늘려야 한다고 봤다.

매주 화요일은 지역 경찰과 함께 형사·여성청소년 등 기능 간 합동으로 지역 순찰을 한다. 수요일은 자율방범대와 구청 등 지역 협력 단체와 함께 치안 활동에 나선다.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사전에 파악해 지역 협력 단체에 알리고 있다.

수사팀에게는 사건 접수자가 수사 진행 과정을 알도록 사건 중간이나 종료 후에 자초지종 설명하도록 했다. 시민들이 경찰서 문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조 서장은 재임 기간 중 목표로 '안전한 서대문'을 꼽았다. 그는 "매일 보고를 받으면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내용이 많다"며 "이 말은 특이사항이 생기지 않도록 수많은 경찰관이 밤새 서대문을 지켰다는 이야기다. 경찰관들의 희생과 노고를 기억하며 안전한 서대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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