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대외 공적원조의 정치사상

머니투데이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2024.07.1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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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김동규(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정부가 내년 대외 공적원조, 즉 ODA 규모를 8.5% 늘리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내에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무슨 대외원조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 오랫동안 ODA를 안 하는 나라로 유명했다. 2023년 GNI(국민총생산) 대비 ODA 규모는 0.18%인데 노르웨이(1.09%)나 스웨덴(0.91%)과는 비교불가고 우리와 경제수준이 비슷한 일본(0.44%)이나 이탈리아(0.27%)는 물론 우리보다 못사는 폴란드(0.34%) 체코(0.24%)보다도 낮다. 국제사회가 봤을 때 한국은 이제 잘살게 됐는데도 이웃을 위해서나 국제사회 전체를 위해 돈 쓰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구두쇠 나라다. 아니 남을 위해 돈 쓰기를 싫어할 뿐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잘 쓰니 졸부라고 해야겠다. 지난해 1월에 나온 모간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로 세계 1위라고 한다. 2위 미국(280달러)을 상당히 앞서는 액수다. 세계 고급차의 대명사인 벤츠 S클래스 판매량은 세계 3위 규모고 벤츠의 최고급 라인인 마이바흐는 세계 2위다. 인구 대비 수치가 아니라 절대량이 그렇다. 인구 5000만명의 나라가 3억5000만, 14억 인구를 가진 나라들과 고급차 소비경쟁을 벌인다.

현재 한국은 안과 밖을 철저히 분리해 안은 챙기지만 밖은 어떻게 되든 무관심한 정치사상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좋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태도가 안으로도 해악을 끼친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현인 소크라테스는 안과 밖을 구분해 "친구는 돕고 적에겐 해코지하는 것이 정의"라는 주장에 대해 "그것은 깡패의 정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는데 명품과 고급차를 사면서 이웃을 위해서는 돈 쓰기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깡패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그런데 과연 이런 '깡패의 정의'로 오랫동안 내부적 단결을 유지할 수 있을까. 라이벌 깡패들과의 경쟁 속에서 내부적 단결을 위해 부하들을 잘 챙기는 의리 있는 두목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 의리 있는 두목이 남들에게는 잔인한 행동과 기만을 일삼는다고 하자. 즉 우리 편에게는 좋은 사람이지만 남에게는 나쁜 사람이라고 하자. 과연 이런 두목을 부하들은 끝까지 진정 신뢰할 수 있을까. 두목이 필요와 상황에 따라 계산을 달리하고 부하 자신을 '해코지'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깡패는 남에게 매정하고 불의하기 때문에 조직 내부엔 늘 불신이 떠돌게 된다. 또 남을 미워하기 때문에 내부엔 늘 미움이 떠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분열 가능성이 상존한다.



사람의 태도는 안과 밖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새며, 밖에서 새는 바가지는 안에서도 샌다. 대외원조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국내 원조, 즉 자신의 동료시민들을 위해 돈을 쓰려고 할 리 만무하다. 소크라테스는 "진정한 정의는 우리뿐만 아니라 남도 돕는 것"이라고 했다. ODA를 늘려 어려운 외국을 돕는 것이 결국 우리 내부의 연대심도 고양한다는 것이다. ODA는 밖으로 새 친구를 만들 것이고 안으로 동료시민의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할 것이다. ODA 확대를 환영한다.(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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