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또 부동산 광풍의 시대인가

머니투데이 김경환 건설부동산부장 2024.07.1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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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책으로는 부동산 가격 급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꼽힌다.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부동산 대세 상승기를 맞아 문 정부는 '핀셋규제'라는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대처해나갔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듯 풍선 효과를 양산해내며 비정상적 과열로 치달았다. 결과적으로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무능이 꼽혔다.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가 집권할 경우 집값을 안정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그리고 바람대로 2022년 하반기부터 집값은 안정화되는듯 했다. 하지만 집값은 2024년 6월 이후 다시 심상치 않은 모습을 투영한다. 이면엔 전세가격의 급등이 있다. 전세가격은 지난주까지 무려 60주 연속 상승하면서 집값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전국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 기피 현상이 극에 달하면서 아파트 전세로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 아파트 전세로 수요가 몰리자 전세 가격은 지속 상승했고, 이는 또 다시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 심리를 자극하며 사람들을 아파트 매매로 내몰기 시작했다. 결국 전세 시장에서 나타난 이상 현상이 아파트 가격을 상승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다. 부동산 시장에 만연한 규제를 완화시켜 시장 기능을 정상화하면서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 가격 안정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생아 특례 등 각종 특례 대출을 확대해 '빚 내서 집 사라'라는 정책도 공식화하고 있다.



문제는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정부가 규제 완화에 지나치게 치중해 전세 시장 쏠림 현상에 대해, 그리고 주택 가격 급등에 대비해 그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불안 심리를 더욱 자극시키며 악순환의 변동의 폭을 더 키우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도 폭증하고 있다. 대출 규제를 얘기하고는 있지만 정부의 전반적인 입장이 규제를 꺼리다보니 누구나 빚내서 집사는 열풍에 빠질 태세다.

서울의 집값이 지금보다 더 오르면 큰 경제 및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서울의 집값은 이미 세계 주요 대도시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서울의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25.1배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에서 중간 소득을 가진 가구가 집 한채를 사려면 25년 이상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파리(17.8배), 로마(15.1배), 런던(14.8배), 뉴욕(14.0배) 등 세계 주요 도시 보다 높다. 소득 수준을 감안한 서울 집값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울의 PIR은 2014년부터 매우 가파르게 상승했다.2013년 10.4배, 2014년 13.5배에 이어 2017년엔 17.8배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2019년엔 20.7배를 기록하면서 20배를 돌파했다.

PIR을 낮추려면 두가지 방법이 필요하다. 집값을 낮추던지, 소득을 획기적으로 늘리던지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주택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 속에서 소득은 상대적으로 크게 늘지 않아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랬듯 윤석열 정부도 앞으로의 집값 향방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시장은 정책 설계의도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불안이 이를 잘 말해준다.

집값 급등에 대한 기대는 초반에 꺾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또 다시 부동산 광풍이 대한민국을 집어삼킬 수 있다.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주택 공급도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의 영향으로 원활하지 않다. 집값 급등에 대한 기대를 꺾을 정부의 제대로 된 대책과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광화문]또 부동산 광풍의 시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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