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주 밸류업, 감독당국 눈치가 보인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4.07.15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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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내에서도 온도 차가 너무 심해요."

최근 만난 금융권 고위 관계자에게 '밸류업 프로그램'을 묻자 가장 먼저 나온 말이다. 주주환원 규모 등을 두고 자본시장을 담당하는 부서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부서 간에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주식시장 밸류업을 위해 금융회사가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주기를 원하지만, 한쪽에서는 건전성 강화를 위해 충당금 등을 더 쌓기를 원한다는 말이다. 금융사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적극 나서고 싶지만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지난해보다 주주환원을 소폭 확대하는 것도 만만찮다는 설명이다.



최근 금융주는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5일 KB금융은 역대 최고가인 9만원을 장중에 기록했다. 지난 12일 종가는 8만7000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60.8% 상승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52주 최고가(장중)인 5만4200원, 6만7800원을 이달에 기록했다.

금융주가 고질병으로 여겨졌던 박스권을 뚫고 나온 배경에는 정부가 주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대감과 금융주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있다. KB금융은 지난 2월 3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진행했고, 올해 1분기 1500억원을 소각한 신한금융은 3분기까지 3000억원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금융도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지난해 2배인 30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금융회사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더 하고 싶었으나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줄였다는 후문도 들린다. 어떻게든 주주환원을 늘려보려는 금융사와 건전성 확보에 무게 중심을 두는 감독당국 간에 신경전도 치열하다.

'건전성'과 '주주환원', 두 가지를 놓고 보면 금융회사는 당연히 건전성이 최우선 과제다. 건전성 확보가 없는 주주환원 확대는 모래성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건전성에만 무한정 방점을 둔다면 초과이익의 주주환원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 해외투자자들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임기를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원장이 해외IR(기업설명회)에서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한 주주환원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번 강조해서다. 건전성과 주주환원에 금융당국의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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