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 가고 메가캐리어 탄생…조원태 "통합은 성장동력"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2024.07.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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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4일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서 열린 대한항공 신 엔진정비공장 기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3월 14일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서 열린 대한항공 신 엔진정비공장 기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의의 순간부터 매서운 겨울이 닥쳤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창립 55주년 기념사에서 한 말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한 2020년 11월부터 지난 4년간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해외 경쟁당국이 승인의 조건들을 내세웠고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해야만 했다.

요원해 보였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도 어느덧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올해 초 합병을 위한 큰 관문들을 넘었다. 지난 1월과 2월 일본과 유럽연합(EU)의 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고 지난달 중순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을 선정했다.



이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 14개 필수 신고국 중 13개국의 승인을 받았고 미국 당국의 승인만 남겨뒀다. 남은 심사 일정도 올해 내로 마무리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10월 말까지 미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합병이 끝나면 대한항공은 세계 10위권 규모의 '메가 캐리어'로 거듭난다. 국내 항공업계에서 30여년간 이어진 양대 FSC(대형항공사) 경쟁 체제도 끝난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통합 항공사 출범 준비에 돌입하는 해"라며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됐지만 두 항공사의 통합은 장기적으로 큰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어수선했던 조직도 굳건해졌다. 2019년 12월 시작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한진 오너일가를 견제해오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의 3자 주주연합의 경영권 공격은 2020년 11월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 10.7%를 확보하면서 막을 내렸다. 조 회장은 "매서운 겨울이 닥쳤지만 튼튼한 나무는 겨울이 길수록 안으로 더 촘촘한 나이테와 단단한 무늬를 만든다"고 했다.

대외적 과제는 사실상 모두 넘었지만 내부 문제는 남았다.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합병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항공이 에어인천을 화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을 두고 직원 중 일부가 저비용항공사(LCC)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고용 불안감이 커지면서다. 합병 외에는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지만 잡음을 최소화하는 게 과제다. 대한항공 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며 에어인천으로 이전할 직원들을 위해 고용·근로조건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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