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이네2' 고민시, '만렙 인턴' 그 이상의 발견

머니투데이 한수진(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7.1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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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tvN ‘서진이네2’에서 인턴 고민시는 많은 일을 한다. 남들보다 10분 먼저 출근해 식당을 정리하고, 장 봐온 재료들을 정리한다. 재료 정리가 끝난 후 그는 곧장 채칼을 든다. 그의 손에 들린 채칼에 의해 당근과 호박이 얇게 썰려 커다란 그릇에 산더미처럼 쌓인다. 그의 손은 멈추지 않는다. 깍두기를 담그기 위해 자신의 팔뚝만한 무를 씻고 썰고 버무린다.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후에는 밥을 짓고 튀김을 튀기고 돌솥비빔밥을 셋팅한다. 최우식이 갈비찜에서 건져낸 종이 호일의 처치를 곤란해하자 쓰레기통을 그의 발 앞에 가져다 놓기도 한다. 여러 일을 하기 위해 그는 주방 동선을 넓게 쓰며 걸음도 분주히 놀린다.

인턴 고민시는 단순히 셰프(정유미, 박서준, 최우식)들이나 사장 이서진의 조력에만 그치지 않는다. “화장실 갈까봐 물도 못마셨다”고 고백한 장면은 그가 어떤 마음으로 자신의 일에 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단 일주일의 영업, 아이슬란드에 오기 전부터 집에서 틈틈이 요리 연습을 한 고민시는 N차 경력의 선배들만큼이나 능숙하고 진지한 모습이었다. 이를 본 사장 이서진은 말했다. “일을 정말 미친듯이 해. 저런 인턴 처음 봤어.”



‘능력치 만랩’ 인턴 고민시는 ‘투덜이’ 이서진의 입에서 쓴소리가 아닌 칭찬이 나온게 만든다. 그리고 고민시는 ‘서진이네2’ 1회 방영 후 6월 4주차 TV-OTT 통합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조사에서 1위를 했다. 지난 시즌 그와 같은 포지션이었던 방탄소년단 뷔는 첫 주차에 화제성 3위였다. '서진이네2' 시청률은 1회 6.9%에서 2회차에 8.1%로 뛰었다. 글로벌 스타 뷔의 빈자리를 누가 채울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우려했지만 이는 1회 만에 깔끔히 씻겼다. 고민시는 ‘서진이네2’의 없어서는 안 될 믿음직한 막냇동생에서 단숨에 예능 유망주가 됐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제작진은 군 복무 중인 뷔의 빈자리를 두고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이 다년간 합을 맞추며 쌓은 분위기는 이미 가족과 같았기 때문이다. 뷔의 경우는 박서준, 최우식과 JTBC ‘인더숲: 우정여행’을 함께 출연했을 정도로 이미 친분이 두터웠다. 제작진은 오랜 기간 걸쳐 새 인턴에 적합한 인물을 수소문했다. 박현용 PD는 “주변에 오랫동안 많이 물어봤다. '서진이네' 특성상 가족극 같은 구성원 중에서 막내 동생 같은 느낌의 사람이 필요했고, 그러면서 라이징 스타를 찾았다"고 말했다. ‘서진이네’에서 가장 어린 출연자 최우식보다도 5살이나 어리고, 예능 출연은 전무하며, 영화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을 받으며 라이징하게 떠오른 인물. 고민시는 제작진이 필요로 한 모든 조건에 충족한 인물이었다. 웨딩플래너로 직장 생활을 하고 다양한 알바 경험까지 했던 고민시는 플러스알파(+α) 요건까지 충족했다.

고민시가 ‘서진이네’ 기존 멤버들과 처음 대면하던 날 이서진은 그를 알지도 못했다. “누구야?”라며 다급하게 그의 정체를 물었고, 고민시가 자신의 출연작들을 읊고 나서야 언뜻 알아챘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 이서진의 보조개 꽃을 가장 먼저 피운 인물은 바로 고민시였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해낸 덕택이다. 실제 고민시는 ‘서진이네2’ 제작발표회에서 “‘진심을 다하자’, ‘진심은 통한다’는 생각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진심에서 비롯된 성실함은 ‘서진이네’ 기존 멤버들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통했다.

예능 출연이 처음이라 나오는 때묻지 않은 리액션도 사랑스럽다. 긴장한 채 자주 동그랗게 눈을 뜨고, 최우식의 “민시야. 나만 보고 내 말만 듣고 그러면 괜찮을 거야”라는 허세 짙은 말에도 “읏..네!”라고 말하며 꺄르르 웃는 순수함. 기존 ‘서진이네’ 멤버들에게선 나올 수 없는 예능 초짜의 풋풋함이 시즌2의 새로운 활력과 재미를 가져다 준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사진=방송 영상 캡처
고민시는 ‘서진이네2’의 완벽한 구원투수가 됐다. 화제성 1위를 장식한 것처럼 시청자들은 ‘서진이네2’ 속 고민시의 활약을 가장 궁금해한다. 인지도 높은 선배들의 보조처럼 여겨질 뻔했던 그는, 성실함을 미덕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었다. 이는 그가 걸어온 삶과도 닮았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사회 생활을 하며 빠르게 승진을 하고, 배우 데뷔 후에도 2년 반 만에 주연급으로 올라섰다. (데뷔작은 2017년 SBS '엽기적인 그녀', 첫 주연작은 2019년 SBS '시크릿 부티크') 승진을 하고 주연이 되는 건 운 이상의 실력이 필요하다. 성실함을 기본값으로 살아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 제작진은 영화 '밀수' 팀에서 고민시를 추천 받았는데, 그들은 입을 모아 “너무 괜찮은 친구”, “인성이 괜찮은 친구”라고 고민시를 평가했다고 한다. ‘서진이네2’에서 다시 발견된 고민시의 모습은 그래서 더 미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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