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ESG평가하면서 대상기업 사외이사로…자율규제 한다더니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2024.07.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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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성화를 위해 ESG 평가업체들의 자율규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과 자금으로 묶인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인데, 평가업체 임직원이 평가를 하는 기업에 소속돼 있는 경우도 있다.

가이던스 시행 10개월째에도 평가대상 기업 사외이사직 유지
/사진=서스틴베스트 홈페이지/사진=서스틴베스트 홈페이지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ESG 평가업체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2020년 3월부터 코스피 상장사인 국도화학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류 대표는 임기 3년을 마치고 지난해 3월 국도화학 주총에서 또 다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국도화학은 2011년부터 서스틴베스트에서 ESG 평가등급을 받아왔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B등급을 받았다. 서스틴베스트는 기업 ESG등급을 AA, A, BB, B, C, D, E의 7단계로 나눠 평가 중이다. 류 대표가 평가대상 기업인 국도화학의 사외이사를 맡는 것은 금융위가 지난해 9월 시행한 ESG평가기관 가이던스와 상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가이던스는 ESG 평가업체 3사가 함께 만든 것으로 이들은 가이던스 시행과 함께 ESG 평가기관 협의체를 발족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은 관찰자로 참여해 가이던스 시행과 협의체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가이던스에는 "ESG 평가기관 및 그 임직원은 업무 수행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관계, 절차 등을 회피하고 관련 사실을 적절히 공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이해상충 관리 항목이 있다. 류 대표는 지난해 가이던스가 시행된 이후에도 국도화학 사외이사 자리를 유지해왔다.

서스틴베스트 "류 대표 평가 업무 관여 안해…영향 없었다"
/사진=서스틴베스트/사진=서스틴베스트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류 대표는 평가업무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고 (평가업무를 하는) 연구원들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고객사를 (가이던스 시행 이후) 갑자기 빼기는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현재는 평가대상 제외까지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류 대표가 직접 평가업무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평가대상 기업의 사외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사실을 적절히 공개하도록 노력했는지 여부도 따져볼 부분이다. 서스틴베스트 측은 지난 9월 가이던스 시행 이후 사실 공개 방법을 고민했고, 올해 5월 홈페이지에 게시한 '2023 기업 ESG 분석보고서'에 이를 일부 언급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가이던스 이행 현황을 조사해 발표했다. 당시 금융위는 거래소와 협의체의 평가 결과 서스틴베스트를 포함한 모든 ESG 평가업체들이 이해상충 관리 항목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율규제로 운영돼 온 탓에 한국거래소 등에서도 검사권한이 없고 문제를 파악하기도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가이던스나 이행 현황 평가 자체가 초기 단계"라며 "향후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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