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AI 시대 디지털 세계는 어떨까. 먼저 최근 등장한 생성형 AI는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긴 창작의 자동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술발전의 변곡점이 됐다. 민주주의와 관련해서 보면 생성형 AI는 누구나 쉽게 창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AI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개인의 능력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기여한다. 다만 AI의 활용능력에 따른 개인간 격차가 심화하면서 평등원칙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특히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 초지능 AI가 현실화할 경우 AI를 잘 활용하는 소수의 생산성이 극대화하며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플랫폼은 개인의 선호를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가짜뉴스를 확산해 정확한 정보에 의한 의사결정을 어렵게 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위협한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상품, 뉴스소비의 다양성을 제한함으로써 정치적 성향도 양극화해 민주주의 전통인 상호존중과 합의를 불가능하게 한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인 민주주의 원칙을 위협하거나 훼손하는 이념, 제도, 세력인 민주주의의 적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여기에는 전체주의와 독재주의, 권위주의, 극단주의와 포퓰리즘, 부패와 정경유착, 정보조작과 선전, 테러리즘과 폭력, 경제적 불평등, 제도적 결함과 이의 악용 등이 포함된다. 오프라인 정치에서 극단적인 정치세력간 대립현상은 대부분 민주주의의 적들과 깊은 관련이 있고 온라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정보조작과 선전 역시 민주주의의 주적이 됐다.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정치세력간 대립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와 국민의 끊임없는 감시와 비판이 필수다. 그런데 공론의 장이 돼야 할 미디어가 플랫폼에 의해 장악되면서 감시와 비판의 기능은 축소되고 온라인 무질서는 오프라인 민주주의에까지 악영향을 끼친다. 이제 지속가능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거대 글로벌 플랫폼에 대해 이용자 보호, 공정한 경쟁 차원의 적정한 규제가 필요한 시기다.(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