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전재정과 건전조세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2024.07.10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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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재정 기조는 '건전재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다만 구체적 실현 과정에서 차별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180도 다른 길을 선택했는데 '재정건전성 우려'라는 똑같은 종착지에서 만난다.



문재인정부가 '선심성 재정 퍼주기' 정책을 폈다면 윤석열정부는 '선심성 세금 깎아주기'로 재정건전성 우려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건전재정이 되려면 재정지출을 충당할 수 있는 안정적 재정수입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펑크'는 '정해진 미래'가 됐다. 5월까지 국세는 지난해보다 9조1000억원 덜 걷혔다. 기업실적 악화 영향으로 같은기간 법인세가 15조3000억원 급감한 결과다.



'세수 펑크'를 메우는 법은 임시방편뿐이다. 정부는 상반기 중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누적 91조원이 넘는 돈을 끌어다 썼다. '정부 일시차입금 평균잔액이 재정증권 평균잔액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경고도 무용지물이다.

정부는 또 최근 세수 부족의 근원인 법인세 관련 중간예납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법인세는 한번에 내는 게 아니라 매년 8월 중간예납이란 중간정산 절차를 거친다. '직전 사업연도 산출세액의 절반' 또는 '상반기 가결산분' 중 기업이 선택해 낼 수 있다.

정부는 상반기 가결산 납부로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기업이 그해 경기 상황에 맞는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게 명분이다. 기업의 조세부담을 분산해주겠단 당초 목적보단 정부의 세수 추계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데만 초점을 맞춘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위기 상황을 지출구조조정으로 극복하겠다고 한다. 쉽게 말해 돈을 덜 쓰겠다는 의미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세원을 확충할 방안이라며 감세 일변도 정책을 펴고 있다. 세금을 깎아주면 그만큼 소비·투자가 늘어 경기가 회복돼 외려 세수가 확충되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맞선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건전재정 원칙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가치다. 다만 나라 곳간을 바라보는 정부의 이중성이 아쉽다. 건전재정을 위해선 불요불급한 돈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것만큼이나 안정적으로 곳간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다. '건전 조세' 로드맵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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