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작소]만화가 꿈꾸던 국악 소년…스타워즈로 인생 역전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2024.08.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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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소개합니다] <5>네이버웹툰 '엘프' 작가 홍작가 인터뷰

편집자주 농구 웹툰을 그린 작가는 과연 농구를 잘할까? 스릴러 장르 웹툰을 그린 작가는 평소에도 무서울까? 온갖 드립이 난무하는 웹툰을 그린 작가는 실제로도 재밌는 사람일까? 수많은 독자를 울고 울리는 웹툰. 그 너머에 있는 작가들을 만나 어떤 사람인지 물었습니다. 대한민국 웹툰 작가들을 소개합니다.

/사진제공=홍작가/사진제공=홍작가


웹툰 '도로시밴드'부터 시작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그 이전의 이야기' '엘프' 등 수많은 작품을 선보인 홍작가의 첫인상은 범상치 않았다. 올해로 웹툰작가 19년차인 그는 그간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나서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인터뷰 기사가 나가면 왠지 독자들이 작품보다 작가를 먼저 떠올릴 것같았다. 그런 식으로 작품에 개입하면 안될 것같아 인터뷰를 안했다"고 설명했다.

미려하고 섬세한 작화로 유명한 그에게 미술을 전공했냐고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국립국악중·고등학교에서 대금을 전공했단다. 만화가라는 꿈을 놓지 못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2000년 애니메이션회사에 입사했다. 홍작가는 "운이 좋았다. 회사는 한번에 합격했고 그 회사에서 준비한 애니메이션으로 앙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림을 배우기 위해 이곳저곳 발품도 팔았다. 애니메이션회사에서 나온 후 위메이드를 비롯한 여러 게임회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근무했다. 그러다 웹툰이 등장해 자연스럽게 편승했다.

그는 처음 웹툰을 그리기 시작할 때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지금처럼 많은 수익을 내지 못해 출판일러스트나 광고일러스트 일감을 닥치는 대로 받아서 그렸다. 그를 세상에 알린 작품은 2015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그 이전의 이야기'다. 그는 "디즈니코리아가 '스타워즈'를 좋아하고 그림 퀄리티가 좀 되는 작가를 찾고 있었는데 당시 사석에서 '스타워즈' 얘기를 몇 번 나눈 적 있는 다음 대표님의 연락을 받아 작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작가는 '스타워즈' 웹툰으로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더 유명해졌다. CNN, 로이터통신 등 여러 외신과 인터뷰했고 미국 스타워즈데이 행사에 초청도 받았다. 외신은 그를 한국 대표 웹툰작가로 소개했다.

만화산업에 뛰어든 지 20년 넘은 그는 과거와 가장 달라진 점으로 다양성과 서사의 부족을 꼽았다. 성공한 웹툰이 나오면서 해당 장르가 유행하기 시작하고 더 빨리 재미있는 장면을 보여줘 독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서사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그는 "예전에 관계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5화 안에 스토리를 다 보여줘야 한다고 했는데 얼마전엔 더 줄어서 3화라고 들었다"며 "요즘은 1화에 다 보여줘야 한다고 하니 서사가 존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AI(인공지능) 시대에도 서사가 중요하다고 했다. 서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수백 년 동안 이야기꾼들이 전승해온 만큼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무리 AI가 웹툰을 그려도 서사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는 취지다.


홍작가는 "그동안 작가가 작품 앞에 나서면 독자들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선입견을 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며 "하지만 AI 시대에는 작가가 앞에 나서서 창작을 주도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작품 뒤에 작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웹툰 '엘프' 표지 사진/사진제공=네이버웹툰네이버웹툰 '엘프' 표지 사진/사진제공=네이버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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