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에 접착제 넣으라는 AI?..."기자가 위험한 AI 감시해야"

머니투데이 채플힐(미국)=정진우 기자 2024.07.0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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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AI저널리즘' 전문가 장희수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University of Massachusetts-Amherst) 저널리즘스쿨 조교수

지난 3월25~2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듀크대학교에서 열린 '2024 지역 저널리즘 연구자 학회(2024 Local Journalism Researchers Conference)' 행사 모습/사진=듀크대학교 미디어와 민주주의 센터지난 3월25~2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듀크대학교에서 열린 '2024 지역 저널리즘 연구자 학회(2024 Local Journalism Researchers Conference)' 행사 모습/사진=듀크대학교 미디어와 민주주의 센터


"AI(인공지능) 저널리즘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언론사들이 생존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지난 3월25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듀크대학교에서 열린 '2024 지역 저널리즘 연구자 학회(2024 Local Journalism Researchers Conference)'에 참석한 언론인들과 학자들이 입을 모은 얘기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이날 행사엔 언론계, 학계, 산업계, 비영리 단체, 정부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0여명이 참석해 언론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논의했다.



총회와 각종 분과세션 등 10여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지속가능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미국의 유력지인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신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생성형AI 전문 테크기업 오픈AI와 같은 회사가 급성장하는 시대에 이 역시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었다. 언론사들도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이 판을 치는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3월25~2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듀크대학교에서 열린 '2024 지역 저널리즘 연구자 학회(2024 Local Journalism Researchers Conference)' 행사 모습/사진=듀크대학교 미디어와 민주주의 센터지난 3월25~2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듀크대학교에서 열린 '2024 지역 저널리즘 연구자 학회(2024 Local Journalism Researchers Conference)' 행사 모습/사진=듀크대학교 미디어와 민주주의 센터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장희수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 UMass) 저널리즘스쿨 조교수는 "지금까지는 고품질의 기사를 내면 사람들이 그걸 찾아 알아서 신문과 방송을 봤다면 이제는 언론사들이 AI와 같은 기술을 이해해야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됐다"며 "전략 없이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언론사들은 오픈AI와 같은 테크기업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AI저널리즘 전문가인 장 교수는 고려대 미디어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 언론대학원(석사)을 거쳐 지난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채플힐(UNC) 저널리즘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 교수의 논문(인공지능 윤리 공공담론에 관한 통합적인 프레이밍 연구, Dissertation - An integrative framing study of the public discourse around AI ethics)은 AI저널리즘의 핵심 담론을 담고 있다. 언론사들과 오픈AI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생태계 문제를 전면으로 다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6월 10일 UNC에서 장 교수를 만나 미국 언론계의 최대 화두인 AI저널리즘의 현황과 미래 등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장희수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UMass) 조교수/사진= 정진우 기자장희수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UMass) 조교수/사진= 정진우 기자
-요즘 미국 언론계의 관심이 AI저널리즘에 집중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AI가 저널리즘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고 봅니다. 미국 언론사들은 주로 자동화된 콘텐츠 생성, 뉴스 추천 시스템, 독자 행동 분석 등에 AI를 활용합니다. 이를 통해 뉴스 생산과 배포의 효율성을 높이고 독자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오픈AI와 같은 생성형AI 빅테크들은 언론사들의 수십만개 이상의 기사를 토대로 새로운 실험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생성형AI 전문기업 오픈AI와 소송을 하는 언론사도 있고 협업을 하는 언론사도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일부 언론사들이 오픈AI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가 생산한 수백만 건 기사들을 오픈AI가 챗GPT 학습에 무단 사용됐다며 오픈AI, MS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죠. 올해엔 뉴욕 데일리뉴스, 시카고 트리뷴, 덴버포스트 등도 동참했습니다. 반면에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유주인 뉴스코프는 향후 5년간 2억5000만달러(약 3400억원)에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오픈AI와 체결했고, 미국 잡지 디 애틀랜틱(The Atlantic) 등도 오픈AI와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할까요?
▶AI 기업들은 언론을 주로 소비자와 데이터 소스로만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언론사와 AI기업 간 소송 건에서도 이러한 점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경향은 언론이 생성한 콘텐츠와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집중하게 하며, 기자들이 제공하는 숙련된 노동과 전문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게 만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저널리즘이 중요합니다. 저널리즘을 더 발전시키고 올바르게 세워야 AI나 다른 기술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장희수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UMass) 조교수/사진= 정진우 기자장희수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UMass) 조교수/사진= 정진우 기자
-AI저널리즘의 윤리적인 문제인가요?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법 문제입니다. 뉴스라는 건 공공에 뿌려지는 텍스트입니다. 공정한 사용 범위 안에선 뉴스를 쓸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제가 논문을 쓸 때 기사를 인용한다면 제가 이윤을 창출하는 게 아니니까 공정한 사용이고, 또 제 블로그에 머니투데이 기사를 게재하는 것도 공정한 사용입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에서 오픈AI에 소송을 건 가장 핵심적인 주장이 뉴욕타임스에서만 볼 수 있는 전문이 있어야 되는데 챗GPT한테 질문을 하면 뉴욕타임스 기사를 그대로 복제해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오픈AI에서 공정한 댓가를 지불해야하는거죠.

-당연히 언론사 콘텐츠는 돈을 내고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그 문제를 인정해야죠. 숙련된 노동을 저평가하는 것은 질 높은 저널리즘의 쇠퇴로 이어질 수 있어요. 이는 결국 대중의 신뢰와 정보의 무결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AI 기업들은 미디어 환경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오픈AI가 돈을 지불하고 뉴욕타임스 기사를 찍어내는 순간 독자들은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에 안 갈 겁니다. 이 문제는 포털이랑 비슷합니다. '링크를 찍어서 다시 언론사에 돌려보내줄 것이냐' 이런 이슈가 있습니다.

-언론사들과 AI기업들은 어디에 가치를 둬야할까요?
▶저는 AI저널리즘을 좀 더 명확히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저널리즘이 AI저널리즘이 아니라 AI를 감시하는 저널리즘이 진짜 AI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AI 저널리즘은 AI를 이용해서 기사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죠. AI 기업들은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콘텐츠 사용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제공하고, 기술과 인적 전문 지식의 강점을 모두 활용하는 공동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합니다. 생성형AI의 사회적 영향과 저널리즘적 가치 등을 함께 연구해나가는 등의 노력이죠. 이러한 접근 방식은 기술과 숙련된 노동이 모두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전체 미디어 생태계에 이익이 됩니다.



지난 5월14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칼럼에 인용된 장희수 조교수 팀의 논문 내용지난 5월14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칼럼에 인용된 장희수 조교수 팀의 논문 내용
-워싱턴포스트에 최근 장 교수님 연구 논문이 인용돼 화제가 됐습니다.
▶AI저널리즘을 공부하면서 언론이 나아가야 할 길은 '민주주의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UNC의 다니엘 크리스(Daniel Kreiss) 교수님 등과 International Journal of Press/Politics(https://journals.sagepub.com/doi/10.1177/19401612241235819)에 발표한 논문(Democracy-Framed Journalism": The Case of Media Coverage of Election Deniers During the 2022 U.S. Midterm Elections)에서 민주주의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민주주의 저널리즘의 요건을 제시했습니다. 이 요건을 토대로 2022년 미국 중간선거 당시 부정선거를 주장했던 후보들에 관한 미국 언론의 선거 관련 보도와 사설 700건을 분석했습니다. 오직 6%의 선거 보도가 민주주의 저널리즘 요건을 만족했고 민주주의 저널리즘의 핵심요건 중 하나인 선거관리인의 정확하고 구체적인 발언을 담은 보도 역시 6%가 채 안됐습니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 논문에서 현재 미국 언론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후보들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직접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내용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가 다뤘습니다.(https://wapo.st/4bEUmvC)

-AI와 민주주의 저널리즘이 어떤 관계가 있나요?
▶언론사들은 중요한 민주주의 안건들에 관해 기계적 중립을 강조할 뿐 민주주의 중심의 저널리즘과 거리가 멀었습니다. 생성형AI 역시 이를 그대로 답습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공정한 선거와 민주주의에 관한 정확하고 신뢰할만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주체는 변화된 언론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구글 검색의 생성형AI가 피자를 만들 때 접착제를 추가하라는 등 양질의 정보와 저질의 정보를 구분하지 못해 논란이 됐습니다. 양질의 정보를 구분하는 언론과 기자의 역할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장희수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UMass) 조교수/사진= 정진우 기자장희수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UMass) 조교수/사진= 정진우 기자
-AI저널리즘 시대에 기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정보 역시 언론과 기자가 감시하고 분석해야 하는 대상이 될테니까요. 저널리즘은 조사 보도, 윤리적 판단, 세밀한 이야기 전달, 사회적 연결 등 AI가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기술을 포함합니다. 결과물만 평가함으로써, AI 기업들은 이러한 중요한 측면을 간과합니다. 만약 AI 기업들이 언론을 진정한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기자들이 지키는 독특한 기술과 통찰력, 윤리적 기준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언론도 독자들에게 정보 그 자체만 전달할 게 아니라 기자라는 사회적 전문가의 시선,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입장 등을 전해야합니다.



-AI시대에도 기자는 계속 존재할까요?
▶그렇죠. 당연히 존재하죠. 기자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하는 데 그것은 절대 AI가 대체할 수 없습니다. AI도 지금 권력이 되고 있습니다.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고 정치에도 영향력을 많이 미치고 있습니다. 이것도 결국은 언론이 감시하는 대상이 돼야 합니다. 언론이 정부를 감시하는 것처럼 AI도 감시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기자가 AI로 대체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자의 역할에 대한 상상력을 넓혀줘야 합니다. 기자들은 계속 권력을 감시해 왔고 이게 기자들의 전문 영역입니다. 이제 AI가 권력이 되는 시대가 되고 있으니까 기자들이 이걸 감시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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