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떨어진 달 ? ...한국의 디즈니 꿈꾸는 '디지털 방앗간'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24.06.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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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정해운 닷밀 대표

편집자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혁신'을 위해 피·땀·눈물을 흘리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혁신을 공유하고 응원하기 위해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혁신기업답사기]를 연재합니다. IB(투자은행) 출신인 김홍일 대표는 창업 요람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테랑 투자전문가입니다. 스타트업씬에선 형토(형님 같은 멘토)로 통합니다. "우리 사회 진정한 리더는 도전하는 창업가"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가 실제보다 더 실감나는 영상을 만드는 정해운 닷밀 대표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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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인스파이어 호텔의 실감미디어 공간/사진=닷밀인천 인스파이어 호텔의 실감미디어 공간/사진=닷밀


#제주 서귀포 산방산 인근에선 아파트 6층 높이의 거대한 달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사람들의 소원이 쌓여 점차 무거워진 달이 지구별 제주도에 떨어졌다는 상상력의 결과로 디지털 테마파크 '루나폴'이 태어났다.



#최근 인천에 문을 연 인스파이어 호텔리조트엔 바닷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공간이 화제다. 실제로 물이 흐르지도, 공간이동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체험자는 그런 착각에 빠질 만큼 실감난다.

최근 각광받는 실감미디어의 현장이다. 실감형 콘텐츠로도 불리는 이 분야는 비교적 최근 생긴 미디어 영역이지만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지며 다채롭게 발전하고 있다. 유명 화가의 작품을 영상과 공간으로 구현한 디지털아트, 대형 벽면에 실제보다 더 실제같은 폭포가 떨어지는 영상을 떠올리면 된다.



보다 스케일을 키우면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타디움 전체를 스크린으로 활용한 프로젝션 맵핑을 들 수 있다. 보는 이를 몰입시킨다고 해서 몰입형 콘텐츠라고도 부르는 이 영역을 개척한 국내 스타트업 중 하나가 닷밀이다. 닷밀은 2012년(법인전환 2015년) 설립돼 10년 넘는 업력을 쌓았다.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상장 예비심사신청을 완료했다.

정해운 닷밀 대표(왼쪽)와 제주에 설치한 대형 달과 '루나폴' 테마파크/사진=닷밀 제공정해운 닷밀 대표(왼쪽)와 제주에 설치한 대형 달과 '루나폴' 테마파크/사진=닷밀 제공
"영상이 아니라 현상으로 보여야"
정해운 대표는 컴퓨터공학과 디지털아트를 배우고 닷밀을 창업했다.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 개폐회식을 시작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MAMA어워즈 BTS 무대 등을 연출했다. 2018년 삼성 갤럭시S9 출시를 기념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초고층빌딩 부르즈칼리파 전체를 스크린처럼 활용한 미디어파사드를 제작했다.

정 대표는 공연무대를 넘어 공간연출로 사업을 확장, 2022년 제주에 '루나폴'을 열었다. 단순 평면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활용한 프로젝션맵핑 영상은 현실에서 겪을 수 없는 설정을 손에 잡힐 듯 구현한다.


그는 "실감미디어는 시각, 청각 등 여러 미디어를 활용하되 영상이 아니라 현상으로 보이게끔 한다"며 "폭포 영상을 벽에 쏘면 그냥 영상이겠지만, 벽에 구멍을 만들고 특별히 제작한 프로젝션 맵핑으로 영상을 튼다면 보는 이는 '진짜 벽에서 물이 나오네'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닷밀이 연출한 공간마다 콘셉트가 두드러진다. 경기 안성 스타필드에는 동물없는 사파리를 영상으로 만든 '글로우사파리',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엔 '실감미디어 귀신의 집'을 표방한 'OPCI'를 열었다. 영화감독을 꿈꿨던 정 대표는 영상기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각각의 공간마다 고유의 스토리텔링을 입혔다. 루나폴, OPCI 등은 자체 IP(지식재산)여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확장시킬 가능성도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프로젝션맵핑과 이를 위한 설계화면/사진=닷밀 제공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프로젝션맵핑과 이를 위한 설계화면/사진=닷밀 제공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프로젝션맵핑과 이를 위한 설계화면/사진=닷밀 제공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프로젝션맵핑과 이를 위한 설계화면/사진=닷밀 제공
디즈니가 최대 경쟁자?…이유 들어보니
IPO에 나선 정 대표는 국내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진출에 나섰다. 베트남 푸꾸옥에 실감미디어 테마파크 '아이스 정글'을 열었다. 눈을 볼 수 없는 베트남에 눈쌓인 야자수를 연출하고 인공눈이 내리는 공간을 만들었다. 필리핀엔 '글로우사파리'를 라이선스 수출한다.

그는 해외진출 관련 "디즈니월드를 만드는 디즈니이미지니어링, 영국의 테마파크 기업 멀린엔터테인먼트 등이 경쟁사"라고 말했다. 테마파크 내에 미디어 연출 비중이 매우 높다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영화 세트장같은 실내에서 탈 것을 타고 어드벤처를 즐기는 놀이시설이라면 기계장치가 움직이는 로보틱스 영역 외에 조명, 영상과 음향 등이 몰입감을 선사하는 측면이 적잖다.

정 대표는 이들 글로벌 공룡기업에 대해 "우리의 경쟁력은 압도적으로 (제작비용이) 저렴하지만 결과물의 품질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것"이라며 "제작기간도 예산의 한 영역인데, 특화된 우리의 프로세스로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페, 식당같은 식음료(F&B) 공간에 실감미디어를 적용하는 등 좀 더 생활에 밀접한 영역으로 가고싶다"며 "올해와 내년엔 해외진출에도 많은 힘을 내려 한다"고 밝혔다.

닷밀 회사 개요/그래픽=윤선정닷밀 회사 개요/그래픽=윤선정
김홍일 대표(Q)와 정해운 대표(A) 일문일답
Q. 닷밀 회사이름은 무슨 뜻인가.
A. 콘텐츠 만드는 방앗간(mill)이라는 뜻이다. 닷(dot)은 점이고, 모든 것은 점 하나, 즉 픽셀부터 시작해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Q. 영상기술뿐 아니라 스토리를 입힌 공간연출이 탁월한 것같다.
A. 비 미스틱(Be mystic·신비롭게)을 모토로 삼았다. 살면서 단 한 번도 하지못한 경험을 만들어주고, 그런 경험이 쌓이면 세상은 더 신비로와질 것이란 생각이다. 각 공간마다 특징이 있다. 요즘은 제주의 노후했던 실내워터파크에 실감미디어를 넣어서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이곳은 도시재생 차원에서도 의미있다.

Q.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A.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영상이다. 올림픽 유치가 발표됐을 때 저 포함 직원이 3명이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우리가 개막식 영상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목표를 잡는 것으로 절반은 간 것 아니겠나. 힘들었지만 재미있게 작업했고, 현장에서 보는데 행복하더라.
정해운 닷밀 대표(왼쪽)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사진=산업방송 정해운 닷밀 대표(왼쪽)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사진=산업방송
Q. 실감미디어 차원에서 주목하는 새로운 영상기술이 있다면.
A. 구글 등이 개발하는 AR(증강현실) 글래스나 메타버스같은 새로운 기술이 있다. 글래스의 경우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가 개인형 장비이고 비싸다보니 완전 대중화는 아직 어렵지만 아날로그적 체험과 섞었을 때 효과가 많을 것이고 조만간 활용하려 계획하고 있다.

Q. 회사 내에서 스스로의 포지션은.
A. 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표라기보다 감독으로 더 많이 불린다.

Q. 창업과 경영은 쉽지않은 일인데, 힘든 점은.
A. 늘 두근거리는 일이지만 예산에 걸릴 때가 있다. 다만 그 예산 안에서 어떻게든 해낸다고 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그래서 별로 힘든 것 없다고 말하려고 한다. 물론 시련들이 엄청나게 많았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상장심사청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이런 것들이 다 행복 아닌가 한다.

Q. 좋은 태도인 것 같다. 훗날 자녀에게도 창업을 권하겠나.
A.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 어쨌든 아이들의 인생이고 아이들이 스스로에게 포커싱(집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까지 부모 역할이지 '너는 이걸 해야 해' 이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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