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0시9분 페이커 선수의 사진 앞에서 한 고등학생 팬이 '대상혁'을 외치며 '숭배'하고 있다/사진=오석진 기자
이날 첫 번째 관람객은 전북에서 온 고교 3학년생 정모군(18)이었다. '신도 행렬'의 맨 앞에 선 그는 "어젯밤 12시에 서울에 도착했고 새벽 6시부터 신전에 와서 기다렸다"며 "마침 오늘이 현충일에 이은 학교 재량휴업일이라서 왔다"고 말했다.
7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하이커그라운드 페이커 신전 전시장 밖까지도 줄이 이어진 모습/사진=오석진 기자
남자친구와 함께 페이커 선수를 숭배한 20대 여성 A씨는 신전을 찾으려 전날 거제도에서 왔다. A씨는 "2021년 롤드컵 4강 경기 이후 페이커 선수의 팬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숭배는 온라인 문화라 막상 현실에서 하려니 조금 부끄러웠다"면서도 "오신 분들은 전부 페이커 선수 팬이니까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있었다"고 했다.
3층과 5층엔 △페이커의 역사적 순간을 재현해 놓은 레전드 포토존과 △경품 획득을 위한 이벤트 존이 마련됐다. 온라인게임 개발사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페이커 신전 개장 첫날에만 3400명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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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 선수에 대한 문제를 맞추는 시험지. 85점 이상을 받으면 포토카드 등 기념품도 받아갈 수 있다/사진=오석진 기자
'페이커 고사'도 열렸다. 경기 성남에서 온 중학생 B씨는 "작년 '월즈'(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때부터 광팬이 됐다"며 "100점을 받았다. 푸는데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은 매년 라이엇 게임즈가 개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e 스포츠 대회다. 지난해에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달 23일 T1의 '페이커'(이상혁)를 '전설의 전당'에 첫 번째 선수로 헌액했다. 야구나 골프 등 다른 인기 스포츠에서 운영되는 명예의 전당 콘셉트를 차용해 전설의 전당을 기획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국제 스타가 나오면 국민들이 통쾌함을 느끼고 자존감이 올라간다"며 "게임을 좋아하는 20대들은 페이커를 국가 영웅으로 생각하는 흐름까지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페이커는 흔히 말하는 'A급 선수'나 '월드 클래스'가 아니라 압도적 1등"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인데 오히려 게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인기의 저변이 넓지는 않은 편"이라고 했다.
7일 오전 11시30분쯤 페이커 신전 대기줄이 더 늘어난 모습. / 사진=오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