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조 쏟아도 무소용…'국가 비상사태' 출산율 0.6명대 현실로?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2024.05.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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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저출생부 신설 추진…저출생 예산도 '지출 구조조정'

합계출산율 추이/그래픽=조수아합계출산율 추이/그래픽=조수아


인구절벽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0.72명까지 떨어진 연간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올해 0.6명대로 주저 앉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같은 위기에 정부는 저출생대응기획부(이하 저출생부)를 부총리급 총괄부처로 신설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건전재정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가 저출생 극복에 충분한 재원을 투입할 수 있느냐가 저출생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정당국은 저출생 예산이라고 하더라도 비효율적인 예산을 걷어내는 구조조정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출생아 수는 6만47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3994명)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감소율(-5.7%)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1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으로 집계됐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9년 이후 1분기 기준 가장 낮은 수치다.



연간 기준 역대 최저 합계출산율(0.72명)을 기록한 지난해 1분기 합계출산율이 0.82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 0.6명대로 내려 앉을 가능성이 크다. 보통 출생아 수는 연초에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띈다.

주 출산 연령대인 30~34세 출산율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1분기 30~34세 여성 1000명당 출생아는 72.3명으로 전년 동기(76.7명)보다 4.4명 줄었다. 같은 기간 35~39세는 48.9명에서 45.9명으로, 25~29세는 23.8명에서 21.5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저출생은 고령화와 맞물려 우리 경제 성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2022~2052년 장래인구추계 시도편'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41년 4000만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나아가 2052년에는 전국민을 나이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선 사람의 나이가 58.8세에 이를 정도로 고령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22년 3674만명이던 국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52년 2380만명까지 약 35.2% 줄어들 전망이다. 일 할 사람이 급격히 줄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급락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장래 인구 추계 전망/그래픽=이지혜장래 인구 추계 전망/그래픽=이지혜
정부도 저출생 문제를 '국가 비상사태'로 보고 부총리급의 저출생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신설되는 저출생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펴려면 충분한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수 여력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재정당국 입장에선 저출생 대책이라고 해서 마냥 재정 투입을 늘릴 순 없는 형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저출생부를 적극 뒷받침할 생각"이라면서도 "기존에 저출생 대책들의 재정 지원 관련해 제대로 되고 있는 건지 (살펴보고) 덜어내는 것도 재원을 더 투입하는 것 이상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의 발언은 세입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예산을 덜어내는 '지출 구조조정' 과정에 저출생 예산이라고 해서 예외를 적용할 순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간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도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까지 떨어지는 등 저출산 정책이 성과를 못 낸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실제 정부는 지난 18년간 저출생 대응에 약 380조원의 예산을 썼지만 이중 상당수는 저출생 예산으로 '포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부처가 저출생과 큰 관련 없는 정책도 예산을 따내려고 저출생 대책으로 꾸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무늬만 저출생' 예산을 줄여 마련한 재정 여력을 저출생 대응에 꼭 필요한 정책에 집중 투입하겠다는 복안이다. 최 부총리는 "(저출생 대응을 위한) 재정 지원에는 동의하지만 제대로 해야 한다"며 "재정이 필요하다고 하면 (예산을) 순증할 수도 있지만 기존 것을 덜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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