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정상이가, 병원 가봐라" 말한 유튜버…'모욕죄' 판결 뒤집혔다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4.05.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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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정상이가, 병원 가봐라" 말한 유튜버…'모욕죄' 판결 뒤집혔다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는 무례한 표현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모욕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해자의 감정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저하시켰는지를 봐 한다는 취지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 9일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환송했다.



재판부는 "형법 311조의 모욕죄에서 '모욕'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어떤 표현이 모욕죄에 해당하는지는 상대방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상 표현을 듣고 기분 나쁜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관계 해당 표현에 이르게 된 경위, 표현방법, 당시상황 등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만한 표현인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표현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예의에 벗어난 정도이거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비판적 감정을 나타내면서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이나 욕설이 사용된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만한 표현으로 볼 수 없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2022년 3월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 노상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B씨를 가리켜 "저게 정상이가 병원 좀 가봐라. 상담 좀 받아 봐야겠다. 상당히 심각하다"라고 말해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를 모욕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에서 치료를 권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 2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말한 행위는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특정해 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순간적인 분노로 단순 욕설하는 경우를 모두 모욕죄로 본다면 너무 처벌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라며 "단순 욕설인 경우 피해자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거나 저속한 표현이라는 이유만으로는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지 않으므로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전체적인 맥락상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표현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모욕죄의 성립을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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