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기 수단 악용"…전세대출 5억도 '척척', 집값 상승 부추긴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4.05.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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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전세사기, 집값, 가계부채까지…전세대출 영향권⑤집값·전셋값 자극하는 전세대출

편집자주 전셋값이 뛰고 있다. 가격 자극 요인 중 하나는 정부가 보증하는 전세대출이다. 전세대출은 지난 5년간 5배 늘었다. 기준이 느슨해 고가전세에도 2조원이나 나갔다. 전세보증은 전세사기 원인 중 하나로도 지목된다. 가계부채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세대출 문제점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전세자금대출 잔액과 전세가격, 매매가격 비교/그래픽=김다나전세자금대출 잔액과 전세가격, 매매가격 비교/그래픽=김다나


집값이 고점 대비 조정을 받은 상태에서 지난 1년간 전세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전세를 낀 매매인 '갭투자' 우려가 다시 나오고 있다. 갭투자가 가능한 이유 중 하나로 전세대출이 지목된다. 연소득 기준이 따로 없고 대출한도가 5억원으로 높다보니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세입자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다는 전세대출이 되려 내 집 마련 꿈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28일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3.3㎡당 중위 전셋값은 1385만원이다. 지난해 7월 1118만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세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54.6%로 3개월 연속 오름세다.



지난해 5월 이후 1년간 꾸준히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가와의 차이가 좁혀졌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다시 살아날 조짐도 보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늘었다. 갭투자는 주택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가령 전세가율이 80%에 달한다면 집값의 20%만으로 주택을 매입할 수 있다. 갭투자는 주택 거래를 쉽게 만들고 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유입시킨다.

전셋값 상승과 갭투자 이면에는 전세대출이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등 공공기관 3곳이 전세대출에 보증을 하기 때문에 대출자들은 손쉽게 자금을 구할 수 있다. 집주인이 높은 전셋값을 불러도 수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전세대출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규제도 받지 않기 때문에 다른 대출이 있어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전세대출 보증 요건은 계속 완화돼왔다. 현재 보증 한도는 최대 5억원이며 부부합산 소득 1억원 초과, 보유 주택 가격 9억원 초과의 1주택자에게도 전세자금 대출 보증이 허용된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된 전세대출이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내 집 마련'의 꿈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이다. 경실련은 "서민을 위해 사용돼야 할 전세대출이 지금도 투기꾼의 갭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면 정부는 이를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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