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미스터리' 결국 정부지출 덕분?…한은 "1분기 성장, 일시요인 상당"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김주현 기자 2024.05.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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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미스터리' 결국 정부지출 덕분?…한은 "1분기 성장, 일시요인 상당"


1분기 '깜짝 성장'을 둘러싼 내수 미스터리가 결국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 영향으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수치로 나타난 내수 반등이 '1분기 한정'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눈높이를 크게 높여 잡으면서도 그 배경으로 내수 등 대내 요인보다 글로벌 IT(정보기술) 경기 호조 등 대외요인을 주목한 이유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한은은 23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국내경제는 수출 회복 모멘텀이 강화된 데다 소비 흐름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개선됨에 따라 2월 전망(2.1%)을 상당폭 웃도는 2.5%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은 최근 국내외 기관들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로 상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2.2%에서 2.6%로 높여 잡았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수준 자체는 이들 기관보다 0.1%p(포인트) 낮지만 상향폭(+0.4%p)은 같다.



올해 초만해도 2%대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던 것을 감안하면 상황이 180도 바뀐 셈이다.

상황이 급변한 건 지난달 25일부터다. 당시 한은은 1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가 전분기 대비 1.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가 0.5~0.6%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시장은 물론 정부 안팎에서도 '서프라이즈'라는 평가가 나왔다.

1분기 GDP 성장(1.3%)을 뜯어보면 내수 기여도가 0.7%p, 순수출 기여도가 0.6%p로 나타났다. 1분기 우리 경제 성장에 수출보다 내수가 더 크게 기여했다는 의미다. 체감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이같은 내수 지표를 과연 신뢰할 수 있는 것이냐는 의구심이 확대됐다. 정부와 한은이 내수 서프라이즈의 배경으로 야외활동 증가와 신규 휴대전화 출시 등을 꼽았지만 내수 미스터리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이에 따라 한은 조사국은 예상치를 크게 웃돈 내수 지표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고 이번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한은은 "양호한 날씨로 인해 대외활동이 증가하고 대규모 건출공사가 빠르게 진척된 데다 이전지출의 조기집행, 휴대전화 신제품의 조기 출시 영향도 가세했다"고 밝혔다.

기존 설명과 달라진 점은 '이전지출 조기집행'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정부 이전지출의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전분기 대비 0.8%)에 대한 기여도는 0.1%p 정도다. 이전지출이란 실업수당, 재해보상금, 사회보장기부금과 같이 생산활동과 무관하게 대가 없이 개인에게 지급되는 돈을 의미한다.

실제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5월호)에 따르면 지난 3월 정부 총지출은 85조1000억원으로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3월 누적 총지출은 212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5조4000억원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이전지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7조3000억원 증가한 15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이전지출 진도율은 33.7%로 나타났다.

경기 진폭에 따라 탄력적으로 배정하는 예산운용의 재량권을 고려하더라도 정부가 총선을 앞둔 1분기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은 전망치와 실제 1분기 GDP간 오차가 컸던 부분에 대해 "정부의 재정지출 자료는 저희가 거의 마지막에 받기 때문에 이전지출이 많이 늘어나 소비에 영향을 준 것들을 조금 놓쳤다"며 "정부와 좀 더 얘기를 해서 자료를 더 빨리 받아볼 수 있는지, 또 통관자료도 다른 프록시(Proxy·대리 변수)를 써서 볼 수 있는지 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분기 성장에 정부 이전지출 증가 등 일시적 요인이 상당부분 작용했던 만큼 한은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조정국면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1분기 깜짝성장의 기저효과와 여전히 강한 수출 회복세 등을 감안하면 연간 2.5%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총재는 "2월 전망과 비교해 볼 때 글로벌 IT경기 호조와 미국경제의 강한 성장세 등 대외요인이 0.3%p 상향조정 요인으로 작용했고 내수 부진 완화 등 대내요인도 0.1%p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향후 성장경로는 IT경기 확장 속도, 소비 회복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등에 영향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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