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당하셨죠? 코인 받아 가세요" 피해자 두 번 울린 코인 피싱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4.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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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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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OOO님, 증권사 손실보상팀입니다. 얼마 전 투자로 손실 보셨죠? A코인으로 피해 복구해드리겠습니다. 현재 프라이빗 세일 기간이라 2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3개월 뒤부터 락업(거래 제한) 해제되면 가격이 몇 배 올라요."

그 전화 한 통으로 피해자 B씨의 악몽이 시작됐다. B씨는 2022년 10월 손실을 복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A코인 5000만원어치를 구매했다. 그러나 며칠 만에 A코인 시세는 하락했고, 이를 토로하자 다른 코인 프라이빗 세일을 권유해 1800만원을 추가로 송금하게 됐다. 투자 권유는 몇 개월 후에도 이어졌고 여러 차례 투자하다 보니 반년간 피해금은 2억7720만원에 달했다.



B씨 사례처럼 사기나 투자 피해를 가상자산으로 보상해주겠다며 구매를 유도한 뒤 잠적하는 사기가 끊이지 않는다. 투자 권유 대상은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알트코인부터 비상장코인까지 다양하다. 공통점은 사기나 투자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다시 한번 사기 행각을 벌여 피해자가 두 번 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점이다.

코인 사기 판결문 살펴보니…범죄단체 조직해 '기업형 운영'
머니투데이 취재 결과 가상자산 사기 일당은 기업형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B씨에게 피해를 준 일당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인천과 경기 의정부 등 4곳에 사무실을 차려두고 범행했다. 이들은 지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대, 30대인 이른바 'MZ세대' 조직원을 모집하고 증권사 등의 손실복구팀을 사칭해 스캠코인을 판매했다.



범행 대상은 과거 주식이나 코인 등에서 손실을 입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확보한 뒤 스캠코인을 판매하고, 이후 기업 대표 등을 사칭하며 피해자에게 재차 접근해 보유 중인 코인을 고액으로 1만개 단위씩 대량 구매할 테니 물량을 맞춰달라고 하며 추가 구매를 유도했다. 이후에는 핑계를 대며 잠적해 피해자가 손실을 떠안게 했다.

이들 조직은 코인 판매대금의 50%를 수당으로 받았다. 비서, 총무, 팀장, 팀원 등으로 역할과 직책을 나누고 판매대금의 일부를 현금으로 나눠 가졌다. 매일 오전 10시까지 출근해 아침 회의를 하면서 실적 상황, 실적 목표, 근무 태도 등을 논의하고 주기적으로 회식을 하거나 성과에 따라 휴가를 보내주기도 했다.

다행히 B씨에게 피해를 준 사기 일당은 지난해 말 경찰에 입건됐다. 일년도 되지 않는 범행 기간 피해자는 100여명, 피해금은 71억여원에 달했다. 의정부에서 해당 범행을 기획하고 실행한 팀장급 조직원 C씨는 지난달 1심 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에 추징금 1억9403억원을 선고받았다.


"돈 된다" 생각에 늘어나는 가상자산 사기…'소비자경보'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상자산은 투자 자산으로 관심을 받으며 투자 리딩방이나 피싱 사기에서도 중심이 됐다. 최근에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가상자산 사기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서울과 인천 일대에서 리딩방으로 허위 가상자산을 판매하다 붙잡힌 일당도 과거 허위 중고차 매물 사기를 벌이다 처벌받은 뒤 공범을 중심으로 신종 피싱 조직을 결성해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돈이 된다는 생각에 뛰어드는 것"이라며 "투자 리딩방 사기가 끊이지 않는데 이제는 주요 형태가 가상자산이나 비상장 주식이다. 특히 손실을 보장해주겠다는 방식의 가상자산 사기는 유사투자자문업체 고객이나 사기 피해자들의 DB를 사서 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있다"고 했다.

가상자산 프라이빗 세일을 내세운 유사한 방식의 범죄가 끊이지 않자 금융당국도 경고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거래소에 상장된 종목과 이름만 같은 가짜 코인을 무료 또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제공한다고 속여 투자금을 빼돌리는 사기 행태가 횡행한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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