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사면허 취득한 외국학교 졸업자(외국 의사면허 보유)/그래픽=김현정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부터 오는 20일까지 보건의료재난위기 심각 단계에서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 한국 내 정해진 의료기관에서 전문의의 지도 하에 진료, 수술 등 의료행위를 제한된 기간 내에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당초에도 외국 의사는 국내에서 교육이나 기술협력에 따른 교환교수의 업무, 교육연구사업을 위한 업무, 국제의료봉사단의 의료봉사 업무 등은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지난해 학술교류·의료봉사, 의료연수로 국내 의료행위를 승인받은 외국 의사는 각각 58명, 134명이었다. 올해는 지난달 말 기준 각각 82명, 69명이다. 여기에 시행규칙을 개정해 이달부터 보건의료재난위기 심각 단계에서 정해진 의료기관에서 전문의 감독 하에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 의사의 경우에도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절한 진료역량을 갖춘 경우에 승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 뉴스1
일각에선 외국의사의 국내 의료행위 허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미국이나 영국 등 유럽에서는 의사 부족에 외국 의사를 수입하고 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기존에 의사들 사이에서도 외국 의사를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 됐다"며 "영상 진단이나 판독이 필요한 경우 대화를 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 의사들이 충분히 한국에서 근무할 수 있고 영상 진단 분야 의사들을 구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대 증원을 통해 국내 의사들을 양성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지만 현 상태처럼 의료공백이 장기화되거나 의대 증원이 좌초하게 된다면 의사들이 부족해 외국 의사 도입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의료재난위기 심각 단계에서만 예외적으로 외국 의사의 국내 의료 행위를 허용하는 것으로 그 외 상황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한편 의사단체는 외국 의사의 국내 도입에 극렬하게 반대한다. 성혜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국내 의료 체계도, 문화도 다른 외국 의사에게 의료 빗장을 열어버리면 국민 건강을 더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소송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재난은 뜻밖에 일어난 재앙과 고난인데 의료대란 사태는 대통령 윤석열이 정치적 목적으로 일으킨 자초위난으로서 '뜻밖의 재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번 복지부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