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초저가 공습, 국산 '22조 투자'로 반격…쿠팡 vs C커머스 불 붙나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4.05.08 09:11
글자크기

김범석 쿠팡 의장,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이커머스 성장세 첫 언급
1분기 쿠팡 커머스 매출 20% 증가, 알리 결제액은 160% 늘어
쿠팡 △물류망 확대 △국산 제품 직매입 △멤버십 혜택 확대 3대 전략 대응

[뉴욕=AP/뉴시스]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11일(현지시간)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쿠팡은 종목 코드 CPNG로 뉴욕 증시에 입성했다. (뉴욕=AP/뉴시스)[뉴욕=AP/뉴시스]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11일(현지시간)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쿠팡은 종목 코드 CPNG로 뉴욕 증시에 입성했다. (뉴욕=AP/뉴시스)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에 몇 초 만에 다른 쇼핑 옵션으로 전환하며, 더 좋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소비를 주저하지 않는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8일(한국시간) 진행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가파른 성장세를 언급하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쿠팡은 올해 1분기 매출 9조4505억원(평균환율 1328.45원 기준)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분기 매출 9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3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1% 감소했고, 3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2022년 2분기(-952억원) 이후 7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김 의장은 쿠팡의 성장세가 이어졌지만 중국 이커머스의 진출로 쿠팡에서만 구매하는 소비자 '락인(Lock-in)'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김 의장이 공식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이커머스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당장은 쿠팡의 매출이 높지만,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최근 고속성장한 상황을 염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쿠팡의 1분기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매출은 8조6269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2176억원) 대비 20% 증가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1분기 결제액은 819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60% 늘어났다.

알리와 테무의 최근 1년 매출은 약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는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쿠팡의 2017년 매출(2조6846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한국대표가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AliExpress(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보호 강화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제공=머니S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한국대표가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AliExpress(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보호 강화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제공=머니S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한국 매출이 3조원에 육박하는 알리와 테무는 지금 성장세라면 올해 8조원까지 갈 수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은 차이나 커머스에 강경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달라 이들이 공격적으로 나오면 쿠팡 등 토종 커머스에 큰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물류망에 6조원대 자금을 투자한 쿠팡은 2026년까지 3조원대 추가 투자를 통해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향후 매출 증대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 수는 2150만명, 고객당 매출은 41만8460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 3% 증가했다.

하지만 6조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2022년 2분기(-952억원) 이후 7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은 쿠팡의 추가 투자 여력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지난 10년(2013~2023년)간 누적 당기순이익이 152조원에 달해 언제든 국내 시장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중국 초저가 공습, 국산 '22조 투자'로 반격…쿠팡 vs C커머스 불 붙나
국내 시장에서 중국 이머커스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도 쿠팡의 부담감이 커진 이유다. 와이즈앱리테일 굿즈에 따르면, 올해 3월 알리와 테무의 합산 이용자는 1683만7000명으로 쿠팡 이용자(3090만8000명)의 절반 수준을 넘어섰다. 틱톡 이커머스 플랫폼 '틱톡샵'과 패션업체 '쉬인'이 본격 상륙하면 사용자 수가 4000만명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쿠팡은 중국 이커머스의 초저가 공세에 대응해 한국 제조사 지원과 와우 멤버십 헤택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김범석 의장은 컨퍼런스콜에서 "국산 제품 구매와 판매 규모를 지난해 17조원(130억달러)에서 올해 22조원(160억달러)으로 늘리고, 와우 멤버십 혜택도 5조5000억원(40억달러)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쿠팡 배송 차량이 도서 지역에서 로벳배송 차량을 운용하는 모습. /사진제공=쿠팡쿠팡 배송 차량이 도서 지역에서 로벳배송 차량을 운용하는 모습. /사진제공=쿠팡
올해 국내 유통 시장에서 쿠팡과 C커머스의 경쟁이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알리와 테무가 중국산 초저가 제품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아직 신속한 배송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고 와우 멤버십처럼 쇼핑과 엔터메인먼트를 결합한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아직은 쿠팡이 경쟁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또 최근 중국산 유해물질 이슈 등으로 중국 커머스 소비 민심이 주춤한 상황에서 쿠팡이 품질과 가격이 검증된 국산품 직매입 투자를 늘리겠다는 방향성을 밝힌 것도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고려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국내 유통 시장 전망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자금력과 성장 속도가 쿠팡보다 월등한 것이 사실"이라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유통시장 환경에 접어든 상황"이라고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