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AP/뉴시스]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11일(현지시간) 쿠팡 배너가 정면을 장식한 뉴욕증권거래소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쿠팡은 종목 코드 CPNG로 뉴욕 증시에 입성했다. (뉴욕=AP/뉴시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8일(한국시간) 진행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가파른 성장세를 언급하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김 의장은 쿠팡의 성장세가 이어졌지만 중국 이커머스의 진출로 쿠팡에서만 구매하는 소비자 '락인(Lock-in)'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김 의장이 공식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이커머스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쿠팡의 1분기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매출은 8조6269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2176억원) 대비 20% 증가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의 1분기 결제액은 819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60% 늘어났다.
알리와 테무의 최근 1년 매출은 약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는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쿠팡의 2017년 매출(2조6846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한국대표가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AliExpress(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보호 강화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제공=머니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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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 물류망에 6조원대 자금을 투자한 쿠팡은 2026년까지 3조원대 추가 투자를 통해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향후 매출 증대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 수는 2150만명, 고객당 매출은 41만8460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 3% 증가했다.
하지만 6조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2022년 2분기(-952억원) 이후 7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은 쿠팡의 추가 투자 여력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지난 10년(2013~2023년)간 누적 당기순이익이 152조원에 달해 언제든 국내 시장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쿠팡은 중국 이커머스의 초저가 공세에 대응해 한국 제조사 지원과 와우 멤버십 헤택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김범석 의장은 컨퍼런스콜에서 "국산 제품 구매와 판매 규모를 지난해 17조원(130억달러)에서 올해 22조원(160억달러)으로 늘리고, 와우 멤버십 혜택도 5조5000억원(40억달러)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쿠팡 배송 차량이 도서 지역에서 로벳배송 차량을 운용하는 모습. /사진제공=쿠팡
또 최근 중국산 유해물질 이슈 등으로 중국 커머스 소비 민심이 주춤한 상황에서 쿠팡이 품질과 가격이 검증된 국산품 직매입 투자를 늘리겠다는 방향성을 밝힌 것도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고려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국내 유통 시장 전망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자금력과 성장 속도가 쿠팡보다 월등한 것이 사실"이라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유통시장 환경에 접어든 상황"이라고 했다.